◎“비메모리 허약… 근본적 재조정을”/경영정책·제조공정 등 전면 개편 필요/외국 선진기업과 제휴 적극 모색/시스템·SW 등 신기술 습득해야세계경제연구원과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4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반도체 및 전자산업전반에 걸친 연구분야에서 권위를 자랑하는 버클리국제경제라운드테이블 소속 학자들과 미국반도체협회(SIA)의 전문가들을 초빙해 「세계반도체시장의 발전전망과 한국반도체사업의 미래」란 주제로 국제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에서 주요발표자들의 발표내용을 요약, 반도체 산업을 전망해 소개한다.<편집자주>
▷세계시장과 한국의 위치◁
◇마이클 보러스 버클리대교수=반도체산업의 국제경쟁력은 기본적으로 3가지 변수, 즉 전자업체등 수요자의 요구와 칩메이커의 전략, 그리고 정부의 지원정책등에 좌우된다.
반도체산업은 미국에서부터 출발했다. 60∼70년대 미국의 군수용과 컴퓨팅분야에서 칩수요가 늘기 시작했는데 이때는 값이 비싸더라도 성능이 좋은 제품이 요구됐다. 가격보다는 기술혁신이 중요한 경쟁요인이 됐으며 미국업체들은 이때 비약적인 성장을 이룩했다.
한국은 산업초기 외국의 직접투자에 의존했고 값이 싼 저급품의 조립으로부터 출발했다. 이같은 과정을 거쳐 한국은 생산과 통합전략을 수립해 정부가 대기업을 집중적으로 지원함으로써 메모리분야에서는 세계최강의 나라가 됐다.
그러나 메모리분야에만 너무 치중한 나머지 비메모리분야에서 아직 경쟁력이 없는 실정이다. 새로운 선택을 해야할 때가 왔다.한국은 메모리치중과 첨단기술시장에 연계되어 있지않는 함정에 빠져있다. 국제적으로 보면 한국에 대한 외국기업의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과거 일본이 한국의 도전을 받았듯이 한국도 대만· 중국등 신흥개도국의 도전을 받고 있다. 한국이 이같은 도전을 극복하려면 외국선진기업들과 생산·자본·기술등에서 제휴를 강화해야만 할 것이다.
▷한국 업계의 대응방법◁
◇로버트 리치맨 버클리대교수=버클리대학은 최근 일본·대만·미국·유럽등 세계 30개반도체기업을 대상으로 시설능력, 경영·기술·조직등에 관해 경쟁력제고방안에 관한 연구를 실시했다.
연구결과 한국반도체산업은 비메모리분야의 경쟁력이 약해 신기술의 터득과 경영기법을 연구해야할 것으로 판단된다. 조직,정보체계,제조공정, 경영정책등을 바꾸고 비메모리사업을 출발부터 다시 검토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반도체산업이 비메모리생산을 하기 위해선 각종 생산시설을 탄력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하고 공정기술과 설비를 상호교환적으로 가동해야 한다.
메모리경기의 퇴조로 한국기업들은 사이클타임에 대해 특별히 관심을 가져야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근본적으로 출발부터 다시 재조정해야 할 것이다.
▷미 업계의 21C 전략◁
◇토머스 암스트롱 미국 반도체산업협회 회장=올해 반도체는 처음으로 수요가 공급을 초과, D램 반도체 가격이 75%이상 하락했다. 어떤 업체도 이를 예상하고 대비하지 못했다.
10년 혹은 15년 후의 반도체 가격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점이다. 내년에는 약 7%의 성장을 보이고 98년과 99년에도 두자릿수의 성장세는 유지할 것으로 본다.
올해 북미 반도체시장은 1천3백억달러 규모로 세계 시장의 약 3분의 1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0년이면 2천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도 하지만 이는 매년 15%씩의 성장을 예상한 수치로서 당장 올해 미국과 일본의 시장이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 예상되고 있어 달성 여부는 불투명하다.
▷한국의 새 기업전략◁
◇존 코넬 CTE사 사장=한국이 메모리분야에 전략적으로 투자한 것은 지난해 매출액 1백60억달러에서 볼 수 있듯이 매우 성공적이다. 이를통해 한국은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세번째의 반도체 생산국이 되었다. 그러나 반도체 산업은 변화가 심한 분야다.
막대한 자금이 투자되고 있고 가격또한 변동이 심하다. 게다가 한국업체들은 매출의 90%를 메모리분야에 의존하고 있다. 앞으로 한국은 ASIC(Application Specific Integrated Circuit·주문형반도체)를 비롯한 고부가가치 제품의 개발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이같은 변화를 위해서는 시스템, 디자인 기술, 소프트웨어기술등 특별한 분야에 대한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같은 노력들이 국내 차원에 머물러 있는 것처럼 보인다. 보다 과감히 국제적 수준의 전략적 제휴를 맺을 필요가 있다. 또 반도체 재료, 장비, 소프트웨어 공급등을 위한 기반조성이 이루어져야 한다.<정리=백재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