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지자체, 복지 파산 운운하며 220조 공약 집착하나

비용은 중앙정부가 부담하고 유권자에 대한 정치적 생색은 지자체장이나 교육감들이 내자는 것인가.


취임 100일을 맞은 시도지사와 교육감들이 선거공약을 포함한 핵심 정책방향을 잇달아 발표했다. 하지만 가용예산과의 괴리가 워낙 크고 재원조달 방안이 불확실해 얼마나 이행될지 미지수다. 경기도와 울산·세종시를 뺀 14개 시도지사가 6·4지방선거 때 내놓은 공약실천 비용만도 220조원을 웃도는데 안전·복지 등 매년 의무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예산 등을 뺀 연간 가용예산은 5조원도 안 되는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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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시도지사들은 지역발전·경제활성화 등을 명분으로 국제대회, 신공항과 신규 산업단지 조성계획 등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인천시가 아시안게임 개최로 1조7,500억원의 빚을 떠안은 것을 보고도 2028 하계올림픽 유치, 2030 등록엑스포 유치를 공식 선언했다. 김기현 울산시장은 당초 40개 공약사업에 4대 관광권역 세계화, 도시재생 및 테마형 거리조성 등 3개 사업을 추가했다. 김관용 경북지사는 내년 7월부터 도청이 이전하는 신도시에 99m 높이 상징탑을 건립하고 상징공원·국제우호공원을 조성하겠다고 한다. 산업단지의 경우 지자체장들이 선거공약으로 무분별하게 추진하는 바람에 미분양 용지가 2009년 5.9㎢에서 지난해 20.1㎢로 늘어났는데도 구태를 벗지 못하고 있다. 시장·군수·구청장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한달여 전만 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복지예산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면서 "추가적인 국비 지원이 없으면 복지 디폴트(지급불능)를 선언하겠다"고 정부를 위협하던 모습과는 영 딴판이다. 득표에 도움이 되고 생색을 낼 수 있는 공약과 정책만 중시하고 의무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복지예산 확보는 중앙정부에 떠넘기려는 이중잣대에 다름 아니다. 7일에는 시도교육감들까지 어린이집 보육료 예산을 편성하지 않겠다며 정부와 유아를 둔 부모들을 위협하고 나섰다. 지자체가 아우성을 치자 정부가 담뱃세·주민세·자동차세 인상으로 재원을 마련해주는 걸 지켜본 학습효과다.

하지만 2년 연속 세수가 목표액보다 10조원 이상 부족한 정부에만 손을 내미는 것은 온당치 않다. 정작 무상급식·무상보육 등 포퓰리즘 공약으로 지금의 재정난을 자초한 것은 진보를 표방한 지자체장이나 교육감들 아닌가. 더 늦기 전에 복지 포퓰리즘 정책을 과감히 수정하거나 자구노력을 강화해 효율적 재정운용을 도모해야 한다. 전시성 사업을 백지화하고 뒷감당 못할 올림픽 유치 같은 불요불급한 사업 등을 쳐내는 게 출발점이다. 유권자들도 재정능력을 도외시한 복지 포퓰리즘의 실상을 제대로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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