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엔저 현상이 완화되고 일본 증시가 조정양상을 보이자 일본의 적극적인 재정확대 정책인 아베노믹스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엔저 현상이 누그러지는 흐름이 이어지면 상대적으로 저평가받은 국내 금융 시장에 엔 캐리 트레이드가 재개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26일 올해 1∙4분기 극단적으로 높아졌던 엔∙달러환율 변동성이 점차 안정세를 찾고 있어 엔 캐리 트레이드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 동안 선진국 증시 대비 상대적으로 주가가 덜 오른 국내 증시에 엔 캐리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내다봤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낮은 금리의 엔화를 빌려 높은 금리의 해외자산(주식·채권 등)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일본투자자들의 올해 해외 자금회수 규모는 약 83조원에 이른다. 같은 기간 외국인투자자들의 일본 시장 투자 금액은 약 67조원 규모다. 총 150조원 가량의 전세계 금융시장 유동성을 일본시장이 흡수한 것이다.
김형중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엔·달러환율 변동성 하락속도를 고려하면 올해 3·4분기에는 일본 저금리를 바탕으로 한 엔 캐리 트레이드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아직까지 미미한 수준이기는 하지만 5월 초부터 일본의 해외채권 투자는 플러스로 돌아선 반면 외국인투자자의 일본채권 투자는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김 연구원은 이에 따라 엔 캐리 자금이 한국 증시에도 유입될 가능성을 높게 봤다. 그는 "엔저현상에 따른 국내 수출기업들의 실적 악화만 한국 증시에 반영되고 풍부한 유동성은 한국 증시에서 확인되지 않았다"며 "엔·달러환율의 변동성이 안정을 되찾으면서 상대적으로 밸류에이션이 낮아진 한국 증시로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 초부터 유동성 부족에 시달려오던 국내 증시가 엔 캐리 자금 유입으로 활력을 되찾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엔 캐리 트레이드를 시기상조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일본 국채 금리가 연일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어 엔 캐리 트레이드 보다는 자국 채권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불과 한 달 전만해도 0.5%에 머물던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가 최근 1.0%대까지 치솟으며 지난 2012년 4월 이후 최고치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채권 기대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 시장으로 엔 캐리 트레이드가 유입되기 위해서는 원화강세 현상이 나타나야 하지만 현재 엔화와 더불어 원화 역시 약세 현상을 지속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일본에서 국내 채권을 판매하고 있는 국내 증권사의 한 딜러는 "엔저 현상으로 인해 엔 캐리 트레이드에 관심이 높아진 것이 사실"이라며 "최근 미국 증시 랠리 현상도 엔 캐리 자금의 유입과 연관 지어 생각할 수 있으며, 한국 시장의 경우 여러 부담에도 불구하고 저평가 메리트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 투자자 관심을 받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