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신연비 기준 싸고 자동차업계 진흙탕 싸움

국산·수입차 가릴것 없이 경쟁업체 연비효율 흠잡기<br>출퇴근용 하이브리드… 중장거리 주행 땐 디젤 유리


올해부터 본격 적용되고 있는 신연비 기준을 놓고 자동차 업계가 진흙탕 싸움에 빠졌다. 국산차와 수입차 할 것 없이 상대 업체의 단점만을 지적하며 연비 효율을 둘러싼 논란에 소비자들은 어리둥절할 뿐이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유예 기간을 거쳐 올해 1월1일부터 의무적으로 표기하게 된 신연비 제도로 대부분 차종의 표시연비가 하락했다. 신연비는 도심주행(55%)과 고속주행(45%) 연비를 각각 측정해 복합연비를 산출해 표시하는 방식으로 보다 정확한 연비 표기를 위해 미국 방식을 차용했다.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이달 14일 현재 복합 기준으로 효율이 가장 높은 차종은 푸조 208 1.4 e-HDi 5도어가 차지했다. 1리터당 21.1㎞를 달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기존 국내 1위인 도요타 프리우스(21.0㎞/리터)를 앞질렀다.

뒤를 이어 시트로엥의 DS 1.4 e-HDi, 현대차의 엑센트 1.6 디젤, 폭스바겐의 제타 1.6 TDI 블루모션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옛 연비 기준으로는 하이브리드 모델의 연비가 상대적으로 높았으나 연비 측정 방식이 달라지면서 하락 폭이 상대적으로 커졌다. 다양한 디젤 엔진 모델을 보유한 독일 등 유럽 메이커들은 하이브리드 차량의 연비 거품이 빠졌다며 공세를 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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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도심주행과 고속주행에서 동력기관별 특성이 다른데 서로 자신들이 유리한 점만 내세운다고 지적했다. 하이브리드 차량에 장착된 전기 모터는 디젤 대비 효율이 낮은 가솔린 엔진을 보완해줘 시내 주행에서 연료 사용을 줄여준다. 반대로 고속 주행에서는 힘이 좋은 디젤 엔진의 연비가 우월하다.

도요타의 캠리 2.4 하이브리드는 푸조 206 1.6 e-HDi와 도심 연비가 리터당 17.1㎞로 동일하다. 두 차종의 배기량이 2.4리터와 1.6리터임을 감안하면 하이브리드의 효율이 뒤진다고 볼 수 없지만 고속주행에서는 차이가 확연하다. 동일 모델이 고속으로 달리면 캠리는 15.7㎞/리터로 연비가 떨어지지만 208은 21.3㎞/리터로 리터당 4㎞ 이상 늘어난다.

변속기에 따라 연비 효율이 달라지며 상호 비방도 거세졌다. 무단변속기(CVT)를 장착한 차량은 다단변속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연비를 앞세우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르노삼성과 닛산ㆍ혼다 등의 브랜드다. CVT가 탑재된 르노삼성의 뉴 SM5 플래티넘은 복합 기준으로 12.6㎞/리터의 연비로 자동 6단 변속기가 달린 현대차의 쏘나타 2.0의 11.9㎞/리터보다 수치에서 앞선다. 배기량이 더 큰 닛산의 뉴 알티마 2.5(12.8㎞/리터)와 혼다의 신형 어코드 2.4(12.5㎞/리터)도 쏘나타를 앞선다. 기어 단수 변속에 따른 에너지 소모가 적어 CVT의 연비가 좋은 것이다. 닛산ㆍ혼다 등의 일본계 업체는 CVT의 장점을 내세우는 동시에 현대ㆍ기아차의 기술력이 떨어지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에 대해 "이미 자체적으로 CVT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를 시작으로 모닝과 레이 등에 적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현대차는 CVT가 높은 연비를 실현하고 변속 충격이 없지만 엔진 출력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응답성이 떨어지고 가격이 높다는 단점도 크다고 지적했다.

결국 디젤과 하이브리드, CVT와 다단변속기 등으로 연비 차이가 나타나는 것은 차량의 특성에 따른 결과로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도심 출퇴근용으로 차량을 주로 이용한다면 하이브리드 차량이 유리하고 중장거리 주행이 위주라면 디젤 차량을 고르는 것이 현명하다"며 "변속기의 차이도 연비뿐만 아니라 승차감과 주행감에 영향을 주니까 성향에 따른 차량 선택을 하는 참고용으로만 삼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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