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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한복판인데도 비 대신 뙤약볕이 쏟아졌다. 햇볕은 대전의 오래된 원도심 골목 구석구석을 들춰냈다. '원도심(元都心)'은 '구도심이라는 지명이 퇴락한 지역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에 따라 새로 붙은 지역명이다. 이름이야 어찌 됐든 원도심은 대전역과 옛 충남도청 사이에 걸쳐 있는 대흥동·은행동·선화동 일대를 말한다. 이 지역은 지난 80여년간 명실상부한 대전의 경제·사회·문화의 중심지였다. 지난 1980년대부터 개발되기 시작한 둔산 신도시 개발의 유탄을 맞아 한때 '곳간 열쇠 빼앗긴 시어머니 모습'을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세상은 돌고 도는 것. 시간이 흐르자 원도심의 빈티지한 풍경은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퇴적한 세월의 더께와 옛이야기 위로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대전 원도심을 찾아봤다.
지게를 나무지팡이로 받쳐 놓은 '尺'자 닮아 … 밤 조명 볼만
●목척교
대전역에서 기차를 내려 원도심으로 진입하려면 목척교를 지나야 한다. 일제가 이 다리를 건설한 것은 1912년. 목척교(木尺橋)라는 이름은 옛날에 새우젓 장사들이 목척교 근처의 징검다리 부근에서 쉬어갈 때 지게를 나무지팡이로 받쳐 놓은 모습이 '자(尺)'를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낮에 건넌 목척교는 다리 위를 덮은 콘크리트 지붕이 그늘을 만들어주는 그저 그런 다리였다. 하지만 해가 떨어지고 어둠이 내리자 다리는 낮 동안 태양열 집열판에 모아 놓은 전기로 불을 밝혀 단장을 시작했다. 다리는 회색의 민낯을 거두고 화장을 마친 도시여성의 얼굴로 오가는 사람들의 행렬을 굽어본다.
1920년대 제작된 1톤 금고… 영화 '변호인' 촬영지로 유명
●대전근현대사 전시관
밖에는 한여름의 땡볕이 내려쬐었지만 대전근현대사 전시관 안으로 들어서자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근현대사전시관 본관에는 다양한 전시물들이 진열돼 있고 도지사실은 예전 그대로 보존돼 있다.
옛 충남도청 건물이었던 전시관은 등록문화재 제18호로 일제강점기인 1932년 충남도청 소재지를 공주에서 대전으로 옮기면서 지어진 것이다. 2013년 충남도청이 다시 홍성으로 이전하면서 대전근현대사전시관으로 새 단장을 한 이곳은 1960년 3층을 증축했다. 도지사실에서 눈에 띄는 것은 1920년대 제작된 1톤짜리 금고. 류남이 해설사는 이 육중한 금고에 대해 "공주에서 대전으로 도청을 이전할 때 1톤이 넘는 이 금고를 옮길 방법이 없어 공주군청에 기증하자는 의견이 있을 정도였다"며 "당시 이 금고를 옮기는데 이송한 기사에게 상여금으로 20원(당시 쌀 2가마 값)을 줬다"고 말했다. 전시관은 영화 '변호인'을 촬영했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중구 선화동 287-2, (042)270-4535
으능정이 거리에 초대형 LED 구조물… 미디어 아트 장관
●스카이로드
대전 방문시 반드시 들러서 구경해야 할 랜드마크로는 으능정이거리의 스카이로드가 있다. 스카이로드는 중구 은행동 으능정이거리에 조성된 길이 214m, 높이 20m, 너비 13.3m의 초대형 영상LED구조물이다. 스카이로드에는 국내외 미디어아트 작가 및 대학이 제작한 다양한 미디어아트가 밤마다 선을 보인다. 특히 LED영상스크린과 기둥에 설치된 72인치 미디어보드를 활용한 영상물은 한 시간 단위로 송출되는 다양한 영상과 색상으로 눈을 떼지 못할 정도다. 스카이로드 영상물에 문자메시지를 남겨 사랑하는 사람이나 가족들에게 마음을 전달할 수도 있다.
윤재진 한국관광공사 대전충남협력지사장은 "대전 원도심 여행은 근대문화가 숨 쉬는 거리구경과 오래된 맛집 탐방이 매력적"이라며 "원도심 활성화를 통해 새로운 대전의 명소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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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대전)=우현석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