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에 대응하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의 조치가 뒷북과 혼선을 거듭하고 있다. 서울시는 4일 심야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의 한 병원 의사가 의심증상이 나타났는데도 재건축조합 총회에 참석하는 등 1,500여명이 넘는 불특정 다수와 접촉했다고 밝혔다. 청와대와 보건복지부는 다음날 "박 시장의 발표를 둘러싸고 관계된 사람들의 말이 다르다"며 "불안감과 혼란이 커지는 상황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서울시는 이에 대해 재반박에 나서는 등 사실관계 및 책임소재를 놓고 볼썽사나운 공방을 벌이고 있다.
가뜩이나 국민들 사이에서 메르스 공포가 필요 이상으로 확대되는 중차대한 상황에서 합심해도 위기를 극복하기 어려운 터에 불필요한 정치적 오해 소지를 남긴 서울시의 이번 발표는 문제가 있다. 특히 이미 접촉자들의 격리조치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이를 뒤늦게 공개해 불안을 확대시킨 서울시의 조치는 이해하기 어렵다. 물론 시민의 입장을 직접 대변했다는 서울시의 주장에도 어느 정도 일리는 있지만 메르스가 국가적 위기상황으로 비화하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서울시의 이 같은 조치가 국가 전체를 위해 바람직했는지 의문이다. 지금은 메르스 확산에 대한 책임규명보다 추가 확대를 막는 데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 언론도 "서울시가 뚫렸다"는 식의 선정적 보도보다 확산방지를 위한 정부와 시민사회의 노력을 북돋우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더욱 분명해진 것은 범국가적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이다. 주무부처인 복지부 장관 주도의 메르스 대응 시스템은 곳곳에서 분명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대통령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주장 또한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결국 방역 문제에 관해서는 전염병 전문가가 책임을 맡고 강력한 통제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 국민 여론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에볼라 사태 당시에 전권을 가진 '에볼라 차르'를 임명해 전문가 집단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를 중심으로 효과적인 방역에 나선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의 사례는 충분히 검토해볼 만하다. 메르스가 확산되면서 우리 사회 곳곳의 취약한 방역 시스템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국가적 차원의 컨트롤타워 위상을 재정립하고 일사불란한 대응태세를 마련하는 것이야말로 메르스 위기대응의 첫 수순이라는 점을 잊지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