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호(號)를 이끌 임시 선장 선출이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그리스 정부가 이날 9일(현지시간) 오후 새 총리를 선출하고 임시 연정이 출범할 것이라고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임시 거국 내각을 이끌 총리 선출을 두고 집권 사회당과 제1야당인 신민당의 의견 차가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현재 가장 유력한 후보로는 루카스 파파데모스 전 유럽중앙은행(ECB) 부총재가 꼽히고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 박사 출신인 파파데모스 전 총재는 적극적 유로 지지자로 그리스의 유로존 가입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하지만 로이터는 그리스 정계 일각에서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아 아직까지는 인선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익명의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이날 보도했다.
반면 친 정부 성향의 일간지인 투 버마는 그 동안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었던 파파데모스 전 ECB 부총재가 아닌 바실리아스 스쿠리스 전 유럽사법재판소(ECJ) 소장이 총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밖에 에반겔로스 베니젤로스 재무장관과 필리포스 페트살니코스 의회 의장, 아포스톨로스 카클라마니스 사회당(PASOK) 의원 등도 유력한 총리 후보로 지목되고 있다.
파판드레우 전 총리가 국민투표 제안을 철회하고 총리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하면서 일단 한숨은 돌렸지만 그리스의 앞날은 여전히 가시밭길이다.
실제로 총리 인선에 앞서 장 클로드 융커 유로그룹 의장은 이날 "그리스 지도자들이 지난달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마련한 구제금융안을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약속을 담은 서면을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 더 이상 유럽 경제가 그리스에 휘둘리는 사태를 수수방관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은 늦어도 12월까지 80억유로 규모의 구제금융 6차분을 받지 못하면 디폴트(채무불이행)에 이르는 그리스가 결국 확약서를 제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사마라스 당수는 이에 대해 "국가에 대한 존엄이 있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한편 그리스 국채값은 연일 하락(국채 금리 상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8일 현재 국채 금리는 27.75%를 기록해 최고치를 또 다시 갈아치웠다. 2차 구제금융안에 대한 의회 비준이 마무리되고 본격적 구조조정이 시작돼야 시장의 신뢰가 조금씩 회복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