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재수입 급증, 경기 본격회복 예고/반도체·유화·철강 등 수출 석달째 증가/무역의 날 포상노린 「밀어내기」 요인도통상산업부의 6월중 수출입실적(통관기준·잠정치)으로 본 우리 경제는 조금씩 활력을 되찾아가고 있다.
수출이 사상최대인 1백23억4천6백만달러에 이르렀고 누적 무역적자가 93억5천9백만달러에 달했으나 아직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주목되는 것은 수입이다. 수입증가율은 지난 5월의 마이너스 3.3%에서 6월에는 4.4% 증가로 돌아섰으나 자본재 수입이 크게 늘어난데 따른 것이어서 경기의 본격회복을 예고하고 있다.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는 물증이다.
반면 소비재 수입은 2개월 연속 감소를 기록, 국민들의 소비절약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추세가 하반기에도 지속될 경우 우리 경제가 다시 활황국면으로 재진입할 것이란 성급한 전망마저 고개를 들고 있다.
김상렬 통산부무역정책심의관은 『수출이 3개월 연속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지난 5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선 반도체 수출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석유화학과 철강을 중심으로 중화학업종의 신장세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 5월부터 회복된 뒤 6월에는 증가율 27.3%를 기록, 상승세에 탄력을 얻어가고 있다. 지난해 6월 한개당 16달러에 수출되던 16메가D램 가격이 현재 8.8달러 수준으로 떨어진 것을 감안할 때 반도체 경기는 회복되는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수출증가율은 지난 1월 마이너스 42%를 기록한 뒤 2월 마이너스 44.1%로 확대됐다가 3월 마이너스 36.9%, 4월 마이너스 8.9%, 5월 8.7%를 각각 기록하며 호조를 보이고 있다.
통산부는 6월중 수입이 4.4%의 증가율을 기록했으나 이는 지난해 6월의 수입이 1백17억달러로 예년에 비해 낮아 상대적인 비교효과 때문이라고 밝혔다.
가장 큰 특징은 기업들의 투자가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하면서 자본재 수입이 크게 늘어났다는 점이다. 기계류를 비롯한 자본재수입은 지난 6월20일까지 전년대비 21.5%의 증가율을 기록했으며 원자재 수입도 3.6% 늘었다.
소비재 수입은 지난 5월의 마이너스 9%에서 6월20일 현재 마이너스 7.1%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는데 4월까지 높은 증가세를 보여왔던 주류와 의류, 신발, 화장품, 골프용구 등의 수입이 크게 둔화되거나 줄어든데 힘입은 것으로 분석됐다. 주류수입은 지난해에 비해 40.7%나 줄었으며 담배는 39%, 가구는 17.3%, 신발은 7%, 골프용구는 4.6%, 의류는 3%, 화장품은 0.3%의 감소세를 각각 보였다.
통산부는 무역수지가 개선되면서 흑자를 기록했으나 이를 흑자기조 정착으로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입장이다. 김심의관은 『하반기에는 경기회복에 따라 기업들의 자본재 수입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다 수입자유화 조치에 따른 농수산물 수입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수입불안 요인이 있어 아직 장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다만 6월 수출이 크게 늘어난 것은 종합상사들이 전년 7월1일부터 다음해 6월30일까지 집계를 통해 선정되는 「무역의 날」 포상을 노려 경쟁적으로 「밀어내기 수출」을 한데 따른 일시적 현상이란 지적까지 나오고 있어 앞으로의 전망은 더욱 낙관하기 이른 상황이다.<한상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