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혁신3개년계획은 교육, 고용·노동을 비롯해 4개 분야에 중점을 둘 것입니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달 중순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이후 정부는 지난 20일께 언론에 사전 배포한 3개년계획 초안에 사교육비 문제 해소에 대한 웅대한 목표를 담았다. 지난해 무려 19조원에 달했던 가계의 사교육비 부담을 매년 1조원씩 줄여 오는 2017년에는 15조원 수준까지 낮추겠다는 내용이었다. 쉽게 말해 앞으로 3년간 가계의 과외학습비용 등을 21%(4조원)나 줄이겠다는 야심작이었다.
그런데 정작 이를 어떻게 실행할지에 대한 세부설명은 없었다.
해당 초안 자료에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대입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식의 뻔한 내용을 석 줄 정도 주석처럼 달아놓은 게 설명의 전부였다. 이에 대해 3개년계획을 총괄했던 기획재정부 관계자들조차도 "소관부처에서 굉장히 대담하게 제목을 잡아 올리기는 했는데 솔직히 어떻게 실행하겠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는 식으로 자신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초안의 내용은 불과 일주일여 만에 대폭 후퇴했다.
앞으로 3년간 '4조원'으로 명시됐던 사교육비 절감 목표가 25일 공식 발표된 3개년계획 참조용 보도자료에서는 '2조원(19조원→17조원 이하)' 규모로 슬그머니 줄어든 것이다. 그나마 초안에서는 석 줄이라도 부언돼 있던 실행방안 설명도 최종 발표 내용에서는 빠져 있었다. 당일 박근혜 대통령이 생중계로 밝힌 3개년계획 대국민 담화문에서는 아예 이 같은 사교육비 목표 자체가 누락되기도 했다.
이러다 보니 3개년계획의 사교육비 절감 목표는 공허한 숫자와 제목만 담고 내용은 없는 이상한 대책이 되고 말았다. 실제로 교육부의 반응은 뜨악하다. 앞으로 수조원의 사교육비를 어떻게 줄일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 "이제부터 (어떻게 할지)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앞으로 한 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답변했다. 더구나 당초 3계년계획상의 사교육 절감안을 담당했던 교육부 내 주무 과도 3개년계획이 발표된 지 하루 만에 다른 과로 바뀐 것으로 확인됐다. 사교육비 2조원 감축이 제대로 된 내용 준비 없이 제목만 먼저 던진 정책임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역대 정부 내내 해결하지 못했던 사안을 앞으로 한 달 만에 급조해 만들겠다는 것도 쟁점거리다.
통계청이 27일 발표한 '2013년 사교육비 조사 결과' 자료만 봐도 이 문제가 급조된 대책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통계를 보면 지난해 초중고생에게 들어간 사교육비는 18조6,000억원에 달했다. 물론 사교육비 총액은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추세적으로 감소(21조6,000억원→18조6,000억원)하기는 했다. 그러나 이는 통계적 착시로 보인다. 가계의 사교육비 총액은 감소했지만 이는 출산율 저하에 따른 학생 수의 전반적인 감소세, 경기침체에 따른 가계지출 절감 등에 따른 것일 뿐 실질적인 가계부담이 줄어든 것은 아니라는 게 교육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정작 학생 1인당 사교육비는 거의 제자리 수준(월평균 24만2,000원→23만9,000원)이었다. 특히 지난해 초등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전년보다 5.9%나 늘었다.
이 같은 추세로 볼 때 정부가 앞으로 4년간 사교육비 총액을 2조원가량 줄이겠다는 목표는 통계적 착시에 기댄 허상이라는 논란을 살 수 있다. 굳이 3개년계획이 아니라도 현재 같은 추세라면 학생 수 감소 등의 여파로 수년 내에 사교육비 총액이 연간 1조~2조원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를 마치 3개년계획으로 달성하는 것처럼 포장한다면 그야말로 생색내기식 전시행정에 불과하다는 쓴소리에 당면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가 뒤늦게나마 3개년계획에서 밝힌 사교육비 절감 목표를 실효성 있게 뒷받침하려면 사교육비 총액보다는 1인당 학생 사교육비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