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칼럼] 무역 1조 달러, 새 지평을 열다


우리나라는 12월 초순 중에 무역 1조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200여 국가 중에서 미국ㆍ독일ㆍ중국 등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8개국만이 달성한 1조달러의 넘기 힘든 벽을 우리가 아홉 번째로 넘어서게 된 것이다. 1964년 5억달러에 불과했던 우리 무역규모가 50여년 만에 1조달러의 반열에 오르는 것은 상전벽해(桑田碧海)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오징어와 생사 등 1차 상품에서 출발해 의류와 가발의 경공업제품으로 진화하고 다시 철강ㆍ석유화학ㆍ자동차ㆍ조선의 굴뚝산업으로 이행하는가 했더니 드디어 반도체, 휴대폰, 액정표시장치(LCD) 등 정보기술(IT) 제품으로 옮겨온 수출 주력상품의 드라마틱한 변화는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웅변으로 말해주고 있다. 무역 1조달러 달성의 의미는 단순히 수치상으로 특정 눈금을 넘어선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이를 계기로 우리나라의 대외적인 위상이 크게 올라가는 중요한 계기가 마련됐다는 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 먼저 우리는 세계 아홉 번째로 '무역 1조달러 클럽'에 가입하면서 그동안 미국 등 선진국과 중국 등 강대국들이 주도하는 세계 무역질서의 주변국에서 중심국으로 진입하게 되는 단초를 마련하게 됐다. 그동안 세계 무역질서의 주요 결정사항은 1조달러를 앞서 달성하면서 세계 무역 규모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소수 국가들의 전유물이었지만 이제는 세계 무대에서 당당히 우리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홍콩ㆍ싱가포르ㆍ대만 등과 함께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불리면서 신흥개도국의 지위에 만족했지만 1조달러 달성을 계기로 무역 분야의 선도국가(Advanced Country)로서 무역 증대를 통해 세계 경제의 발전을 추구하는 핵심 국가의 일원으로 부상하게 됐다. 한편 우리의 무역 증대를 통한 경제성장의 역사는 많은 개발도상국들에게 하나의 귀감으로 인식되고 있다. 세계 108위에 불과한 국토면적과 원유 등 1차 산품의 수입이 총수입의 30%에 달하는 자원빈국의 불리함을 극복하고 이뤄낸 성과는 아프리카의 모로코가 한국의 경제성장 모델을 채택하기 위해 올 12월6일을 제1회 무역의 날로 지정할 정도로 개도국들에 희망의 메시지가 되고 있는 것이다. 무역 1조달러로 개막된 한국 무역의 새로운 지평은 우리에게 그동안의 성과를 자축하는 동시에 새로운 과제와 도전을 인식하고 이를 슬기롭게 극복해나갈 비전과 전략을 가다듬는 자리이기도 하다. 무역 분야의 선도국가로서 우리는 상품 무역과 서비스 무역, 수출과 내수의 균형성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더욱 가다듬는 동시에 세계 무대에서 중요한 조정자로서의 역할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또한 한국형 무역 발전 모델의 공여를 통해 보다 많은 개도국들이 무역 증대를 통한 경제성장을 달성해 궁극적으로 세계 경제의 성장기반 강화에 기여하는 역할도 충실히 수행해야 할 것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국회비준 이후에도 이에 반대하는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반대하는 목소리에도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근본적으로는 개방에 대한 피해의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강국인 미국과의 FTA로 우리 경제가 초토화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한다면 이는 무역 1조달러 국가로 우뚝 서게 된 우리 스스로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과거에 개방의 파고가 밀려올 때마다 유사한 반대가 있었으나 모두 슬기롭게 극복하고 오히려 발전의 원동력으로 활용한 우리 스스로의 저력을 결코 잊어서는 아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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