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조 바이든 부통령이 중국의 인권 문제, 시리아 제재 등과 관련해 시 부주석에게 공식ㆍ비공식적으로 비판을 제기했다. 반면 시 부주석은 '상호이익 존중'을 내세우며 미국의 보호주의에 경계를 나타내는 등 서로의 이견을 숨기지 않았다.
미국이 시 부주석에게 정상급 예우를 하는 등 양국 우의를 다지는 모양새를 취하면서도 글로벌 권력질서를 둘러싸고 격돌하고 있는 미중 패권다툼의 현실을 여실히 드러낸 셈이다.
시 부주석의 방미 이틀째인 14일(현지시간)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과 시 부주석의 면담 이후 양국은 오는 2014년 최종 합의를 목표로 수출신용금융 지침 마련을 위한 협의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중국이 수출신용금융 분야에서 국제협약을 벗어나 자의적인 관행을 유지하는 탓에 미국 업계의 경쟁력이 약화된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백악관은 "양국이 국가의 이익과 상황을 고려하면서 국제적인 관행에 부합하는 공공수출금융 가이드라인 마련에 진전을 보자는 데 동의했다"고 전했다. 또 양국은 중국의 자동차보험시장 개방에도 합의했다. 미국은 그동안 외국인투자가들에 중국 금융 서비스 시장의 문호를 더욱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10월 공산당 총서기로 선출돼 내년부터 10년간 중국을 이끌어갈 시 부주석을 맞아 미국은 극진히 환대하면서도 각종 현안에 대해서는 가감 없이 압박을 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시 부주석과 면담하면서 "국력신장과 경제적 번영을 이루는 만큼 국제적인 책임도 함께 늘어나야 한다"며 "경제 문제는 '규칙'에 따라야 하고 인권은 모든 사람들의 열망이자 권리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위안화가 저평가돼 있음을 지적하고 중국의 수입확대를 촉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중국의 유엔 안보리 시리아 제재결의안 거부에 대해 "실망했다"며 유감을 나타냈다. 두 사람은 북한 문제도 논의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시 부주석의 초청자인 바이든 부통령도 국무부 오찬 인사말을 하며 공개적으로 시리아 제재 결의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비판하고 중국의 인권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이날 오찬에는 미국의 정계ㆍ언론계ㆍ학계ㆍ경제계 리더들이 집결해 중국 차기 권력자에 대한 관심을 반영했다.
시 부주석은 이에 대응해 양국의 경제협력 강화를 강조하면서도 "양국은 대화와 협력을 통해 경제무역 우려를 해소해야 하지만 보호주의로 나아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중국 언론들은 오찬에 앞서 열린 두 사람의 면담에서 시 부주석이 대만ㆍ티베트 등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미국이 이 문제를 적절히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오후 시 부주석의 미 국방부 방문 때는 부통령급 인사의 방문으로는 이례적으로 19발의 예포가 쏘아 올려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