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패러다임 시프트] <3부> ④ 새로운 성장의 축

굴뚝산업은 한계… 콘텐츠·서비스·융합산업 확 키워야<br>IT·BT 등 첨단기술은 물론 인문학까지 포함한 융합이 향후 경제발전의 핵심요인<br>전후방산업 연관효과 크고 고용창출도 제조업 못잖아 새 부가가치 창출에 제격




"문화콘텐츠산업이나 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융합산업 등이 인간의 창의력을 기반으로 한 인간적 자본주의의 핵심이자 나아가야 할 방향입니다." (김주훈 한국개발연구원 부원장)

자본주의는 '승자독식'이라는 냉혹한 현실을 전제로 한다. 최근 떠오르고 있는 인간적 자본주의는 빈익빈 부익부나 중산층 몰락 등 자본주의의 암울한 단면을 보완하기 위해 상생을 바탕으로 탄생한 변형된 자본주의라고 볼 수 있다.


인간적 자본주의를 구현하는 방법은 전문가마다 제각각 다르다. 한편에서는 친환경 녹색성장을, 또 다른 한편에서는 성장 제일주의를 지양한 복지 우선 정책 등을 주장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방안은 새로운 성장 모델의 확립이다. 기존의 전통적인 제조업으로는 성장의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전문가들이 융합산업과 서비스업 발전을 통한 성장추구 전략을 제시하는 것도 여기에 있다.

◇한국의 낙후된 서비스산업=한국경제의 최대 취약점 중 하나가 바로 서비스산업이다. 이러한 사실은 서비스업의 생산성에서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 서비스 분야 취업자 1인당 노동생산성(2008년 구매력평가환율(PPP) 기준)은 3만4,900달러로 미국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재정위기로 체면을 구긴 스페인(4만9,200달러)이나 이탈리아(5만7,600달러)에도 명함을 내밀지 못할 정도다. 심지어 동유럽의 체코나 슬로바키아와 유사한 수준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서비스업은 '굴뚝'으로 대변되는 제조업보다 친환경적이면서도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지만 한국의 현실은 아직까지 후진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는 우리나라가 제조업 중심의 수출주도 국가라는 한계에서 비롯된다.

실제 우리나라의 제조업 대비 서비스업 생산성은 41%로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낮은 편이다. 반면 스웨덴이나 이탈리아는 100%를 웃돈다. 서비스업 생산성이 제조업보다 높다는 뜻이다. 미국과 독일ㆍ일본 등은 70% 안팎이다. 이들은 우리나라와 달리 의료ㆍ법률ㆍ지적재산권 등 고부가가치 산업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서비스업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기형적인 과잉경쟁을 유발하는 도소매ㆍ음식숙박업 등에 대한 퇴출을 추진해야 한다는 얘기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은퇴 인력의 상당수가 음식숙박업 등 자영업에 진출하면서 과잉경쟁이 심화되고 이는 신규 자영업자와 기존 자영업자를 공멸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07년 604만9,000명이던 우리나라 자영업자 수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감소세를 보이다가 지난해부터 증가세로 돌아서 지난해 말 현재 573만명을 넘어섰다.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의 은퇴기를 맞은데다 경기둔화로 인한 제조업 고용 감소가 겹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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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법률ㆍ의료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종은 높은 진입장벽으로 성장의 한계에 부딪힌 상태다. 변호사와 의사들이 기득권을 움켜쥐고 있는데다 정치권도 이들의 로비를 무시할 수 없어 제도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다.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한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은 일부 지역에서만 시행에 들어갔고 투자형 로펌은 변호사들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혀 시도조차 못하고 좌초됐다. 한 경제 전문가는 "서비스업의 낮은 생산성은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의 높은 진입장벽 탓이 크다"며 "이로 인해 서비스업 내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융합'산업으로 부가가치 창출해야=서비스업과 함께 전통산업을 대체하고 인적자본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융복합산업이다. 융합산업은 서로 다른 산업의 기술ㆍ제품ㆍ서비스를 통합한 것으로 정체된 제조업을 대체할 수 있는 신성장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인터넷TVㆍ스마트TV 등 인터넷방송, 지능형 로봇, 스마트빌딩, U헬스케어 등이 대표적인 융합산업의 산물이다.

융합산업은 이미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되고 있다. 선진국은 정보기술(IT), 바이오기술(BT), 나노기술(NT) 등 첨단기술 외에도 환경과학ㆍ사회과학ㆍ인문학까지 포함하는 광범위한 융합을 경제발전의 핵심 요인으로 꼽고 있다. 이러한 인식을 반영하듯 전세계 융합산업의 시장규모는 2008년 8조6,000억달러에서 오는 2018년에는 68조달러를 웃돌 것으로 지식경제부는 내다봤다.

당장 현실로 다가온 융합산업의 대표적 사례가 인터넷방송 서비스. 기존 방송의 단점인 일회성ㆍ단방향성에서 벗어나 소비자가 원하는 영화나 오락 프로그램 등 콘텐츠를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온디맨드(on demand) 방식으로 제공한다. 인터넷망을 이용해 저렴한 비용에 개인용컴퓨터(PC)나 스마트TVㆍ스마트폰ㆍ태블릿 등 다양한 단말기로 볼 수 있어 전후방 연관 효과가 크다. 그만큼 고용유발 효과도 크다는 얘기다.

◇인간적 자본주의의 첨단은 문화산업=융합산업 발전은 문화에 기반을 둔 콘텐츠산업과도 직결된다. 우리나라 문화콘텐츠산업은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낙후돼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6년 기준으로 한국의 국내총생산 대비 문화콘텐츠산업의 부가가치 비중은 2.5%로 일본(5.9%), 미국(5.5%), 영국(7.6%)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그나마 다른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조업을 능가한다. 고용 측면에서는 인쇄 및 복제업의 경우 10억원을 투자하면 13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발생해 7명에 불과한 제조업을 크게 웃돈다. 또 문화콘텐츠산업의 대표 격인 광고방송 등의 생산유발계수는 제조업에 비해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낙후된 문화콘텐츠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저작권 보호 강화가 급선무로 꼽힌다. 콘텐츠 불법복제가 난무하면서 관련 기업의 수익성이 보장되지 못하고 개발의욕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얘기다. 2006년 합법적 콘텐츠가 불법복제로 침해당한 이익이 2조원에 이르며 불법시장 규모는 4조원을 넘는다는 저작권보호센터의 조사 결과도 이러한 지적을 뒷받침한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국산 콘텐츠 가운데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분야는 온라인게임과 방송 프로그램 등 일부에 불과하고 수출도 아시아 등 특정 지역에 치우쳐 있다"며 "전문 인력 육성을 위한 다양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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