릭 냅 국립허리케인센터(NHC) 소장은 "샌디가 29일 밤이나 30일 새벽에 미국 본토에 상륙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기상 관계자들은 30일이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까지 허리케인의 정확한 진로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델라웨어주는 이미 해안 지역 주민들에게 강제소개령을 내렸으며 뉴욕ㆍ코네티컷ㆍ펜실베이니아ㆍ메릴랜드ㆍ버지니아 주 등도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6만명 이상의 주방위군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상태다.
'프랑켄스톰(괴물 폭풍우)'이라는 별명이 붙은 초강력 허리케인 샌디는 지금까지 쿠바ㆍ자메이카ㆍ아이티 등 카리브해 연안의 중남미 국가들을 강타해 최소 59명의 사망자를 냈으며 28일(현지시간) 저녁부터는 미국 동부 지역도 이미 간접적인 영향권에 들어간 상태다.
◇미 대선 승패 가를 막판 변수=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9일부터 버지니아주와 콜로라도주에서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공동 유세를 벌이기로 했던 계획을 긴급 취소했다. 밋 롬니 공화당 대선 후보도 28일 경합주인 버지니아에서 예정된 유세를 취소하고 또 다른 경합주인 오하이오로 발걸음을 옮겼다. 버지니아주는 지난 27일 워싱턴포스트(WP) 조사에서 오바마와 롬니의 지지율이 51% 대 47%로 박빙의 승부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지역이다. 롬니는 이번 유세를 통해 막판 뒤집기를 시도하려고 했으나 날씨 변수로 부득이하게 계획을 변경하게 됐다. 미 언론들은 샌디로 인한 두 후보들의 막판 유세 일정 변경을 언급하며 이번 대선에서는 10월에 선거판에 반전을 가져오는 큰 사건을 뜻하는 '10월의 이변(October surprise)'이 샌디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은 또 샌디에 따른 정전 피해가 발생할 경우 27일부터 조기투표를 실시하고 있는 플로리다주와 메릴랜드주에서 유권자들의 투표가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유권자들의 편의를 위해 전체 50개 주 중 28개 주에서 조기투표를 실시하고 있으며 통상적으로 조기투표는 집권당에 유리하다.
◇경제계도 초비상…채권발행ㆍ제품출시 연기 등 잇달아=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월가가 위치한 뉴욕시도 만반의 대비에 들어갔다. 뉴욕시는 비상계획을 발표하고 상황이 심각해지면 28일 오후7시부터 지하철과 지역열차의 운행을 중단하고 풍속이 시간당 60마일을 넘을 경우 다리도 봉쇄하겠다고 밝혔다.
침수에 취약한 맨해튼 남부에 위치한 월가의 대형 금융기관들은 자체적으로 비상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 증권예탁결제원(DTCC)은 비상상황에 대비해 대체지역에서 업무를 볼 수 있도록 컴퓨터 시스템과 직원들 간 의사소통 수단 등을 점검 중이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뉴욕주 연방준비은행(FRB), 골드만삭스, 도이체방크, 뉴욕멜런은행 등 월가 금융기관들도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악의 경우 NYSE가 문을 열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NYSE가 기상재해로 문을 닫은 것은 허리케인 글로리아의 피해를 입은 1985년 9월27일이 마지막이다.
이밖에 뉴저지주 재무부는 26일 허리케인 샌디에 대비해 30일로 예정된 26억달러 규모의 채권발행을 연기했으며 구글은 29일로 예정됐던 새 태블릿PC '넥서스10'의 공개를 늦추기로 했다.
기상 전문가들은 샌디가 지난해 7월 미국을 강타한 아이린보다 더 큰 피해를 입힐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 역사상 10대 자연재해 중 하나로 꼽히는 아이린으로 인한 피해금액은 150억달러로 추정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