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복합할부금융 수수료 문제를 놓고 KB국민카드와 갈등을 빚고 있는 현대자동차에 대한 길들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당국의 직·간접적인 권고에도 현대차가 복합할부금융 수수료 인하 요구를 굽히지 않자 계열사인 현대캐피탈의 자동차 할부금융시장 점유율을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자동차 할부금융에도 '방카슈랑스 25%룰' 적용을 검토하면서 현대차와 재계는 "사회주의를 하겠다는 것이냐"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옥죄기 나선 당국='방카 25%룰'은 은행 창구에서는 특정 보험사의 상품을 25% 이상 못 팔게 하는 규정이다. 은행이 계열 보험사를 밀어주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이를 현대차에 적용하면 계열 금융사인 현대캐피탈의 할부금융 점유율은 65%에 달한다. 점유율이 2011년 86.6%, 지난해 74.7% 등 꾸준히 낮아지는 추세지만 여전히 높다. 게다가 할부금융과 별도로 잡히는 현대카드 고객 실적을 더하면 절대적 수준이다. 이 룰을 할부금융에 적용하면 현대캐피탈의 점유율을 최소 40%포인트나 낮춰야 한다.
더구나 자동차 금융은 차 판매와 직결돼 있다. 차량 구매고객 대부분이 현금으로 살 여력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캐피탈의 점유율을 규제하겠다는 것은 당국이 현대차를 정조준하고 있다는 의미다. 당국은 특히 차 판매 증가에 따라 취급액이 크게 늘고 있는 현대캐피탈 해외법인에 대한 현황도 눈여겨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금융 당국이 현대차가 KB국민카드 가맹점 계약을 종료하면 "무조건 고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데 이어 할부금융 규제안을 들고 나온 것은 현대차에 강력한 경고를 던지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금융 업계의 고위관계자는 "금융 당국이 현대차가 협조하지 않는 데 대해 불쾌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단계별로 더 강력한 카드를 꺼내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현대차 "당국 간섭 심하다" 반발=현대차는 KB국민카드와의 가맹점 계약 재협상 기간시한인 10일을 앞두고 당국이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현대차 입장은 가맹점 수수료는 가맹점과 카드사, 양자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현대차의 관계자는 "비정상적인 복합할부금융 수수료 때문에 매년 1,000억원 이상의 지출이 생기고 있는 상황에서 카드사에서 수수료율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이라며 "사회주의 국가도 아니고 가맹점과 카드사가 해결해야 할 문제에 당국이 지나치게 간섭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재계도 금융 당국의 방침이 단순히 특정 기업을 길들이는 수준을 넘어 국내 자동차 산업 자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엔저로 자동차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고 수입차들의 공세로 국내 업체들의 자동차 시장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자동차 금융까지 옥죄는 것은 문제라는 얘기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금융 당국이 원칙에 따라 문제를 해결해야지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식으로 나오는 것은 곤란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