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샌드위치론과 무역 1조弗


우리나라 경제발전사는 수출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1960~1970년대의 수출드라이브 정책은 수출 총력체제라는 이름 아래 전쟁을 방불하게 할 만큼 저돌적이었다. 철저한 목표제ㆍ책임제가 시행됐고 실적 부진은 혹독한 문책으로 이어졌다. 1964년 1억달러에 불과했던 수출은 7년 후 10억달러, 다시 6년 후 100억달러로 초고속 성장하며 세계 기록을 갈아치웠다. 무역액도 1988년 1,000억달러를 돌파한지 23년 만에 1조달러 달성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발빠른 구조 고도화로 돌파 우리 무역이 달성한 성과는 끊임없는 도전정신과 장인 정신이 뭉쳐진 결과다. 수출기업에게 세계는 무한히 넓고 할 일은 너무나 많았다.'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품질이 세계를 지배한다'는 책임감으로 무장한 우리 기업들은 자동차ㆍ조선ㆍ철강ㆍ반도체ㆍ가전 등에서 세계시장에 우뚝 섰다. 무역 1조달러 달성은 대외적으로 금융자본에 대한 산업자본의 승리라는 의미를 갖는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금융산업은 각국에 퍼진 파생상품을 통해 위험을 전염시키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반면 견고한 제조업이 뒷받침된 무역은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세계경제의 회복을 이끈 견인차가 됐다. 세계경제가 대침체로 휘청거리는 가운데서도 제조업이 강한 한국ㆍ중국ㆍ독일 등은 강력한 수출능력을 무기로 경기침체의 파고를 잘 견뎌냈다. 세계 주요국의 국가 신용도가 무더기로 강등당하는 가운데 최근 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가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올린 것도 근본적으로는 우리 제조업과 수출에 대한 신뢰라고 해석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외화를 버는 확실한 산업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국제사회가 신뢰를 보낸 것이다. 우리나라의 수출과 제조업의 도약은 길게 보면 코리아 디스카운트 시대가 저물고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로 나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무역 1조달러의 성과를 제대로 평가하려면 무역 내용도 충실해졌는지 들여다봐야 한다. 무역이 상품ㆍ지역별로 편중돼 있지는 않은지, 수출경쟁력이 주요 무역국에 비해 뒤떨어져 있지는 않은지 살펴봐야 한다. 무역통합이 날로 깊어지는 글로벌 경제에서는 탄탄한 무역구조와 산업 경쟁력이 뒷받침된 무역 확대만이 지속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무역 규모만큼이나 세계무역의 중심에 서있는가.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네트워크 이론을 이용해 분석한 '무역 연계망 지도'는 이 질문에 대해 '그렇다'는 답을 주고 있다. 무역연계성지수는 어느 국가가 세계 무역에서 얼마만큼의 매개ㆍ촉매 역할을 하는가를 종합 평가한 지표다. 지수 성격상 우리나라(7위)와 중국(2위)을 빼고는 단일 경제통합을 이룬 유럽연합(EU) 국가들이 지난해 기준 톱10을 휩쓸었다. 도전ㆍ변신으로 진화 거듭하길 우리나라는 무역 규모에 버금가는 수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가. 최근 MIT와 하버드대학이 공동으로 산출한 경제복합성지수 역시 앞에서와 동일한 답을 준다. 경제복합성지수는 수출통계를 이용해 계산돼 각국의 수출 경쟁력을 간접적으로 가늠할 수 있게 해준다. 2008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세계 10대 무역국 중 일본ㆍ독일ㆍ영국ㆍ프랑스 다음으로 높았다. 2008년까지 10년 동안의 지수 변화를 보면 우리나라는 중국과 더불어 수출구조 고도화가 매우 두드러졌다. 우리 기업들의 수출 성과는 선진국과 신흥 시장국 사이에서 샌드위치론이 화두로 던져질 때마다 구조조정을 통해 발 빠르게 대응해왔기 때문에 가능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우리 무역이 나갈 길은 험난하다. 우리가 달성한 무역의 진화가 뒷걸음치지 않도록 새로운 도전을 기회로 활용해 끝없는 변신을 거듭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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