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창조경제 이끄는 서비스디자인] <1> 1200만명 고객 늘린 BOA

'잔돈 저금' 체크카드·디자인으로 대박<br>무형 서비스 알기쉽게 형상화 잠재 욕구 끌어내 만족도 높여<br>인식확산 통한 신시장 창출 등 서비스업 선진화 통로 삼아야

지난 4월30일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왜 K-DESIGN인가? 창조경제 K-DESIGN으로 연다’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강연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디자인진흥원



최근 박근혜정부에서 창조경제의 중요성을 나날이 역설하고 있다. 디자인업계에서는 상상력, 창의성, 융합 지식 등을 특징으로 하는 창조경제에 서비스디자인만큼 적합한 산업은 없다고 강조한다. 아이디어 하나로 많은 부가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계, 학계, 지자체 등에서 하나둘 관심을 보이고는 있지만 아직은 서비스디자인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떨어지는 편. 이에 본지는 창조경제와 서비스디자인이라는 키워드로 5회에 걸쳐 '창조경제 이끄는 서비스디자인' 기획을 준비했다.

# 미국의 디자인기업 아이데오(IDEO)는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BOA)의 의뢰를 받아 개발한 '잔돈은 저금하세요(Keep the Change)'라는 이름의 금융서비스 디자인으로 무려 1,200만명의 은행 고객을 창출하는, 그야말로 '대박 효과'를 불러 일으켰다. 일목요연하게 디자인으로 형상화한 '잔돈은 저금하세요' 서비스는 시행 첫해에만 250만 명의 신규고객이 생겼다. 2006년에는 미국 경제잡지 비즈니스위크로부터 '사회경제적 영향을 미친 최고의 서비스'로 선정되기도 했다.


서비스의 요체는 체크카드로 지불하는 물건 값의 거스름돈을 돌려받지 않고 그 차액을 저축 계좌에 바로 입금해주는 것. 예컨대 4,800원짜리 커피를 마시고 5,000원을 결제하면 200원을 잔돈으로 돌려주는 것이 아니라 별도 계좌로 이체시키는 방식이다.

#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는 2011년1월 서울 방배동 A아파트에 레드카드와 그린카드로 색상을 표현한 에너지절약 고지서를 보냈다. 이웃집 평균 에너지 사용량, 전년도 동월 사용량을 비교해 자신의 에너지 사용현황을 알기 쉽게 디자인해 고지서를 꾸민 것.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는 효과가 작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고객의 잠재적인 욕구를 찾아 구체적으로 시각화해 서비스를 향상시키는 서비스디자인이 창조경제의 새로운 한 축으로서 빠르게 각광받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5대 국정 목표 가운데 첫손에 꼽히는 창조경제는 상상력과 창의성, 융합 지식이라는 특성을 지니고 있는 만큼 서비스디자인 산업이 제격이란 것.

서비스디자인이란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서비스를 알기 쉽게, 피부에 와닿게 형상화해서 고객들의 서비스 만족도를 높여주는 신디자인 방법이다. BOA는 은행 주고객인 자녀를 둔 주부들이 돈도 부족하고, 의지력이 부족해 저금을 잘 못한다는 사실을 간파한다. 하지만 주부들은 저축을 원하고 있었다.

고객의 잠재적 욕구인 저축을 어떻게 행동으로 이끌 수 있을까? 여기서 '잔돈을 저금하세요' 라는 서비스디자인이 탄생한다. 잔돈을 돼지 저금통에 넣듯 물건을 사고 남은 잔돈을 저금하게 만드는 체크카드와 이를 형상화한 산뜻한 시각디자인이 바로 그것.

◇사회적 편익 높여주는 신디자인= 서비스디자인은 사용자경험디자인, 인터랙션디자인, 디지털디자인 등 다른 신디자인산업 가운데서도 첫손에 꼽히고 있다. 이번 정부가 과제로 삼고 있는 서비스산업 선진화, 제조산업과 지식서비스산업 간의 융합, 수요자 중심의 공공정책의 실현을 위해 앞으로의 역할이 기대되는 분야다.


서비스디자인 사업 육성 필요성이 떠오름에 따라 한국디자인진흥원 역시 올 1월 신디자인 영역을 담당하는 서비스디지털융합팀을 신설했다. 이 팀은 '인식확산을 통한 신수요시장 발굴'과 '사례개발을 통한 신디자인 역할 입증' 등을 통해 디자인산업의 새로운 생태계를 제시하는 임무를 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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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원 디자인진흥원 서비스디지털융합팀장은 "미국의 '잔돈은 저금하세요' 서비스디자인처럼 좋은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프로젝트는 사회적으로 큰 효익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곳곳서 서비스디자인 바람=서비스디자인 확산을 계기로 서울시,경기도 등에서 공공서비스 혁신 바람이 불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4월 서울디자인재단 6개 사업팀 중 4개팀을 서비스디자인 팀으로 개편했다. 서울시는 올해 서울시민디자인정책연구와 범죄예방디자인연구소를 설립하고, ▦도심창조 산업디자인 프로젝트 ▦지하철 역사 액티브디자인 시범사업 등을 실행할 예정이다.

경기도는 디자인총괄본부를 중심으로 지난해 10월부터 공공서비스디자인 로드맵을 개발하고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앞으로 도시 환경, 시설, 간판 등 집중되었던 공공디자인 영역이 공공서비스디자인으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들도 최근 서비스기획 인원을 보충해 서비스디자인 연구를 시작했다. 최근 성균관대학교(석ㆍ박사), 울산과학기술대학교(석사), 이화여자대학교(석사), 인제대학교(석사) 등 대학에서 잇따라 서비스디자인학과를 개설했다. 디자인 대학이 아닌 카톨릭 의과대학에서도 올해 의료서비스디자인 석사 과정을 개설했다. 올해 기준으로 서비스디자인을 수업하는 국내 대학만 30여곳을 넘는다.

◇디자인기업 적극 대응 필요=전문가들은 이렇게 각계각층에서 서비스디자인이 새로운 창조경제의 한 축으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엇보다 기존 디자인기업들이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서비스디자인의 경우 공급자의 생산성과 효율성이 중요시되는 제조산업과 달리 소비자의 욕망과 행동이 중시되는 만큼 이제는 디자인기업들도 스스로 사용자 중심의 디자인 기술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

윤 팀장은 "현재 가장 시급한 것은 무엇보다 디자인기업 경영자의 마인드 혁신 교육"이라며 "서비스디자인 관련 지식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 만큼 이를 적극 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 서비스디자인이란: 서비스를 통해 경험하게 되는 모든 유ㆍ무형의 요소(사람, 사물, 행동, 감성, 공간, 커뮤니케이션,도식 등) 및 모든 경로(프로세스, 시스템, 인터랙션, 감성로드맵 등)에 대해 고객 중심의 리서치 방법을 활용, 최대한 시각화ㆍ구체화해 혁신을 꾀하는 디자인 분야.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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