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곡돌사신(曲突徙薪)의 지혜가 필요한 때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홍보담당 유경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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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부산지하철 화재 때 초기진화에 나서 큰 피해를 막은 시민 5명이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전동차 지붕에 불이 나자 한 시민이 젊은 남자를 목마로 태웠고 다른 시민은 목마를 탄 젊은이에게 소화기를 건네 초기 진화를 했다. 훈련과 실전으로 단련된 소방관처럼 미리 짜인 영화의 각본처럼 한 치의 빈틈없는 작전에 경탄을 금치 못했다. 단언컨대 일반시민으로서 완벽한 초기진화를 할 수 있었던 것은 평소 재난과 맞닥뜨렸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훈련에 동참하고 재난대응요령을 숙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국가적인 대참사를 겪으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효율적인 안전시스템 구축을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서울시도 시민의 안전을 시정 최고의 기치로 내걸고 안전시스템을 정비하고 재난유형별 골든타임 목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골든타임 목표제가 온전히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참여가 절실히 필요하다. 예를 들어 구급대 도착 전 최초 목격자에 의해 심폐소생술이 이뤄진 경우 방관할 때보다 소생률이 19% 높게 나타났다. 이번 부산지하철 화재는 화재 초기 시민의 초동 대응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극명하게 말해준다. 재난예방에 시민들의 참여가 절대적인 이유이다. 집중호우와 태풍 등 위력적인 자연재해가 빈발하는 여름철이다. 올해 들어 처음 발생한 태풍 너구리는 다행스럽게 큰 피해 없이 넘어갔지만 지구 온난화 가속과 엘니뇨 현상은 언제든지 기상이변을 예고하고 있다. 서울시에서는 모든 재난에 체계적인 비상대응방안을 마련해놓고 시민 개개인의 관심과 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예컨대 집중호우와 태풍이 예보되면 간판 등 위해 시설물 고정 상태를 점검하고 전기 누전 여부를 확인하고 가로등이나 도로상 전기시설물 주변을 피해 걷고 빗물받이와 주변 쓰레기를 제거해 도로침수를 막을 것 등을 당부한다. 옛날에 길을 지나던 나그네가 한 집을 보니 곧게 세운 굴뚝에서는 새빨간 불꽃이 뿜어나오고 굴뚝 옆에 땔감이 잔뜩 쌓여 있는 것을 보고는 집주인에게 굴뚝을 구부려 놓고 땔감을 다른 곳으로 옮기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주인은 들은 척도 하지 않다가 며칠 후 집에 불이 나고 말았다. 중국의 역사서 한서에 나오는 곡돌사신(曲突徙薪) 고사인데 재난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역할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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