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정부·건설업계의 시설안전 책무

이영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성수대교 붕괴사고 후 20년이 지났다. 성수대교 붕괴사고를 계기로 정부는 대형 시설물을 관리 대상으로 하는 '시설물 안전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했다. 시설물의 재령(材齡·콘크리트를 부어 넣은 후부터 완전히 굳어지기까지의 경과일수)은 높아지는데 안전등급은 유지되거나 오히려 상승해 약 9만곳 1·2종의 대형 시설물이 양호하게 관리되고 있다. 하지만 시특법을 통해 관리되지 않는 약 33만곳의 종외(種外) 시설물은 효과적인 안전점검·진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정확한 실태파악조차 되지 않은 채 관리의 사각지대에 머물거나 비전문가의 형식적인 점검이 이뤄지고 있을 뿐이다.

정부는 강화된 내진설계 기준을 단계별로 적용하는 공공시설물 내진보강 기본계획을 지난 2010년 수립한 바 있다.


종외 시설물 실태파악 조차 안돼

하지만 학교시설의 내진율은 2013년 말 기준으로 약 22%에 그치고 있다. 서울시 소재 학교시설의 25%가 30년 이상 된 노후건물이다. 즉 우리 아이들은 법에서 규정한 적정한 내진능력을 갖추지 못한 노후한 시설물에서 공부를 하는 것이다.


정부는 8월 '국가안전대진단과 안전산업 발전방안'을 대통령 직속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가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형식으로 발표한 바 있다. 여기에는 재난·재해 예방과 대응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을 모색함으로써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안전산업을 발전시키는 방안을 담고 있다. 안전산업 투자는 안전대진단 결과를 최우선적으로 반영하되, 특히 학교 등의 사회·생활기반 시설물에 우선적으로 정부 투자를 집중하기로 했다. 이는 최근 국민 설문조사 결과에서 응답자의 약 75%가 '학교시설'에 최우선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사례와 일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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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안전산업에 대한 애매한 정의와 범위설정, 다양한 추진주체, 천문학적 수치의 예산이 소요된다는 점 등을 들어 이번 안전산업 육성방안도 정치적 구호로 끝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즉 눈에 보이는 시설물 균열 정도를 에폭시 등으로 메우는 수준의 보수를 마치고 나서 "우리나라의 사회생활기반시설물은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2011년 여름 서울지역에는 3일에 걸쳐 집중호우가 쏟아졌으며 당시 광화문과 강남 저지대에서 침수로 엄청난 피해가 발생하고 말았다.

안전 위해선 기술력·예산 확보 필요

또 8월 부산과 창원지역의 집중호우는 도시 기능을 거의 마비시켰고 특별재난지역 선포로 이어질 만큼 막대한 인명과 재산피해를 입혔다. 이러한 도시홍수의 가장 큰 원인은 설계기준을 초과하는 집중호우다.

서울 지하철1∼4호선의 경우 준공 후 29∼40년이 경과했으며 내진설계 반영률은 3.6%에 불과해 지진에 매우 취약하다. 또한 전기설비·궤도설비·기계장비 등 각종 설비의 노후화와 건설 당시 낮은 설계기준 적용으로 사용자의 편의성·쾌적성이 무척 떨어져 있다. 노후 사회기반시설물의 사용자 안전성·쾌적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설계기준 향상에 따른 성능개선이 필요하다. 또 관련 기술력과 필요예산 확보는 시설물 안전보장의 선결조건이자 국민 안전에 대한 건설업계의 막중한 책무다. 정부와 건설업계 모두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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