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수필] 오너와 광개토대왕

영어의 오너(OWNER)라는 단어는 「임자」또는 「소유자」라는 뜻이다. 이 단어는 한국사회에 특이하게 뿌리를 내려 유행하고 있다. 이 외래어는 두가지 뜻을 담아 전파된 것으로 여겨진다. 우선 자동차가 보급되면서 자가운전자를 오너 (오너 드라이버의 줄임)라 부르게 되었고 또 재벌 총수를 비롯한 기업 소유주의 전횡을 빗대어 오너라고 지칭하게 된 것이다.그런데 오너의 파급은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황제적인 권력을 자랑하는 1인 정치 보스에게도 오너가 통용되기에 이르렀다. 필자는 97년 6월 2일 시민포럼(한국일보 및 SBS 주관)에 나온 당시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를 상대로 정치 오너십과 관련해 다음의 요지로 토론했다. 질문 : 김 후보는 뛰어난 지도자이면서 동시에 가부장적 위치를 강화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국민회의가 부자군신당(父子君臣黨)의 측면이 있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특히 후보가 되신 후에 제2의 광개토대왕이 21세기 미래형 지도자상이라고 얘기합니다…. 역시 광개토대왕은 봉건적이기 때문에 어울리지 않는 것 아닙니까. 답변 : 제가 한말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것 같습니다. 우리는 제2의 새로운 광개토 시대를 만들고자했던 것이지 광개토대왕 시대를 만들고자한 것은 아닙니다. 그것이 오해의 소지가 있었습니다. 광개토대왕 시대는 우리 민족의 번성과 진출을 보여준 자랑스러운 역사입니다. 지금은 영토확장 시대가 아니고 시장확장 시대입니다. 질문 : 김 후보를 당내에서 「오너」라고 부릅니다. 특히 지적하고 싶은 것은 장남 김홍일 의원을 목포에서 내보내고 가신인 권노갑 의원을 양보시킨 것은 부자세습이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 하시는지. 답변 : 어느 나라든지 아버지가 정치를 한다고 해서 아들이 희생돼서는 안됩니다. 아들이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제 자식은 민주화를 위해 대가를 바쳤습니다. 연고지를 찾아간 것은 우리 자식만은 아닙니다. 연좌제는 말도 안됩니다. 물론 이 토론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오너」관을 규명한 것은 아니다. 지금 국민회의는 신당 발기를 기해서 당내 민주화와 체제개혁의 요구가 분출해 파장이 일고 있다. 국민회의 연수회에서는 『재벌 오너 체제와 마찬가지로 정당의 오너 체제도 극복해야 한다』는 주장 등이 쏟아져 나왔다. 자민련도 집단지도체제 도입요구에 공천방식 개선요구까지 가세했다. 한 개인이 정치를 좌지우지하는 시대는 끝내야 한다. 현역 김대중 대통령의 개혁은 자기개혁부터 실천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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