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올바른 경제가치관 시급하다/차동세 KDI원장(특별기고)

선진국의 백만장자들은 재산을 자식에게 다 물려주지 않고 대부분을 보람 있는 사회사업을 위해 기증하는 경우가 많다. 스스로 번 부가 아니라 유산으로 물려받은 부는 축복인 동시에 저주가 된다는 것이다. 자식들에게 너무 많은 재산을 물려주면 자식들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파멸시키거나 장래를 망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미국의 철강재벌 카네기는 자기 재산의 90%를 사회에 환원했고 휼렛패커드사의 패커드도 전 재산을 사회사업에 내놓았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도 자식들에게는 한 사람에 1천만달러씩만 상속하고 나머지는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한다. 이러한 선진국 거부들의 행위는 부의 본질에 대한 확고한 가치관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이해가 잘 안될 수도 있다. 힘들게 모은 재산을 세금 한푼이라도 덜 내고 고스란히 자식들에게 물려주는 것이 삶의 보람인 것으로 생각하는 우리나라의 부자들 눈에는 얼빠진 짓으로 보일지 모른다. 서구 선진국의 경우 대부분 기독교 사상이 사회를 지배하는 가치관으로서 확고하게 뿌리내려 있다. 따라서 열심히 일하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고 그결과 재산을 모으면 그것은 명예스러운 것이 된다. 즉 정당하게 축적한 부에 대해서는 정당성이 인정될 뿐만 아니라 그것은 성공의 상징으로서 명예까지 주어진다. 그리고 사유재산권은 철저히 보호받는다. 명확하게 법을 어기지 않는 한 아무도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통적으로 부에는 명예가 주어지지 않았다. 명예는 벼슬을 하거나 학문을 해야 주어지고 돈 버는 일은 천한 일로 여겨져 왔다. 그 전통과 가치관이 아직도 이어져 와 오늘날에도 부자들 중에는 부 자체에 만족하지 못하고 정치와 권력이라는 외도에 더 마음이 쏠려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족보에 오르는 것은 벼슬이지 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부는 비석에도 지방에도 기록되지 않는다. 유교적인 전통에 의하면 부는 사회적 신분상승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것이다. 이제 우리도 머지않아 선진국이 되기를 바라고 있고 또 그렇게 될 것으로 믿고 있다. 그러나 선진국은 마음만 가지고 되는 것이 아니다.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다. 기술도 향상시켜야 하고, 정부의 생산성도 향상시켜야 하고, 시장경제의 기능도 더욱 잘 살려야 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기업과 기업인이 우리 사회의 중심에 서고 정부와 공무원은 기업과 기업인을 잘 도와주는 위치에 서는 것이다. 이제 우리 역사의 중심축은 기업이 돼야 하고 성공하는 기업인에게는 명예가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이 우리 사회의 중심에 설 수 있고, 기업인이 명예를 가질 수 있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전제조건이 있다. 그것은 올바른 경제가치관, 즉 자본주의 정신의 확립이다. 정신적 기반없이 시장경제 질서가 확립될 수 없고, 시장경제 질서없이 기업이 번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올바른 경제가치관의 확립은 기업인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우선 기업인은 기업윤리를 바탕으로 기업경영을 해야 한다. 돈 버는 일에 윤리 찾다가 언제 돈 버느냐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그래서 국내 굴지의 재벌기업까지도 파렴치한 짓을 태연히 자행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제 기업은 자신의 조직원이 사명감을 갖고 일하게 하기 위해서도, 기업이 번창할 수 있는 환경, 즉 시장경제질서를 보존하기 위해서도 투명경영을 하고 기업윤리를 지키지 않으면 안된다. 돈 있는 사람이 돈을 어떻게 쓰고, 또 쓰고 남은 것을 어떻게 처분할 것인 가에 관해서도 확고한 가치관을 확립해야 한다. 이것을 잘못하면 소수의 성공한 사람들이 다수의 실패한 사람들에 의해 배척받게 되며 민주주의하에서 다수의 횡포가 시장경제를 질식시킬 수 있다. 근로자들의 근로에 대한 가치관 확립도 중요하다. 땀흘려 일하는 것은 신성한 것이며, 명예스러운 것이며, 또한 보람을 주는 일이다. 열과 성을 다해서일하는 가운데 성공에의 길이 열리게 되며 부를 축적할 기회도 만들어지는 것이다. 끝으로 공직자, 정치인들의 윤리관 확립도 시급한 일이다. 이제 공직자나 정치권력을 가진 자들이 군림하던 시대는 지났다. 그러나 아직도 권력을 휘두르고 큰소리치는 재미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말로는 자율, 자율하면서 행동은 60년대의 권위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도 흔히 볼 수 있다. 하루빨리 공직자와 정치인들이 공직윤리를 확립해야 우리 사회에 시장경제 질서가 확립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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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동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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