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박시장 아들의 눈물은 누가 닦아주나


한바탕 소동이 끝났다. 강용석 의원이 제기한 박원순 시장 아들 병역 의혹은 수많은 논란과 혼란을 일으킨 끝에 결국 아무 것도 아닌 일로 마무리됐다.


사회 지도층의 병역의무 이행은 중요한 이슈인 만큼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면 마땅히 풀어야 하고 이에 대한 문제제기는 당연히 이뤄질 수 있다. 이 때문에 강 의원의 의혹 제기 자체는 허물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관련자들의 명예에 심각한 손상을 입힐 수 있는 의혹이라면 세간에 알리기 전에 확실한 검증과정이 선행돼야 했다. 이번에는 그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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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는 누구보다도 박 시장의 아들일 것이다. 그는 시장 아버지를 둔 덕에 자신의 신상이 세상에 낱낱이 알려지게 됐다. 키와 몸무게가 얼마인지도, 등 부위 지방층이 몇센티미터인지까지 노출됐다. 내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누군가가, 그것도 다수가 내 신체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점은 상상만으로도 불쾌한 일 아닐까. 게다가 박 시장 아들 본인만으로도 모자라 여자친구의 신상까지 공개됐으니 정신적 충격을 받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할 정도다. 아무리 박 시장이 이번 의혹 제기자를 대상으로 민형사상 책임을 따져 묻든 아들의 상처는 쉽게 아물기 어려워 보인다.

되돌릴 수 없는 과거의 실수를 만회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혹독한 반성을 통해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는 미래를 만드는 것이다. 어설픈 의혹제기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강 의원은 물론 그에게 편승해 박 시장 아들이 키와 몸무게가 얼마인지에 대한 확인 없이 공개적으로 전문가적 소견을 낸 의사나 이들의 주장을 여과 없이 보도해 의혹을 부풀린 언론도 반성해야 할 것이다.

허위 사실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광범위하게 퍼 나른 다수의 사람들 역시 박 시장 아들 입장에서는 상처를 준 여럿 중 하나일 것이다. 무심코 나르는 한 번의 클릭이 당사자에게 큰 아픔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 기회에 되새겨봐야 한다.


임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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