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대형마트 안에 은행… 숍인숍 전략 올스톱

시중銀 "수익성 없다" 지점 줄줄이 철수·백지화

이마트·홈플러스 같은 대형유통점은 한때 시중은행들의 주된 전략적 제휴대상이었다. 은행은 대형유통점을 찾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손쉬운 영업을 펼칠 수 있고 대형유통점 입장에서는 은행이라는 소비자 선택권을 추가함으로써 내방고객을 늘릴 수 있는 일종의 윈-윈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대했던 효과는 찾을 수 없었다.

13일 금융계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이 대형유통점과 손잡고 추진했던 숍인숍(Shop-in-shop·점포 안에 또 다른 점포를 두는 것) 전략이 모두 올스톱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계인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이 추진했던 이마트 내 지점설치 작업은 아무런 실효 없이 중단됐다. SC은행은 이마트의 제의를 받고 지점확대 전략의 일환으로 실무작업을 진행해왔지만 논의에서 끝났다. 실무를 전담했던 직원은 은행마저 떠났다.

시중은행 중에서 숍인숍 전략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하나은행은 홈플러스에 설치했던 지점을 모두 철수시켰다. 하나은행은 2009년 강동·병점·중계 홈플러스에 총 3개의 점포를 냈는데 2012년 병점·중계지점을 폐쇄한 데 이어 지난해 12월 말 강동지점이 마지막으로 문을 닫았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대형유통점 내 지점의 경우 수익성이 생각보다 좋지 않았고 점주권 중복 등의 문제가 발생해 차라리 폐쇄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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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와 손잡고 숍인숍 점포를 내기로 했던 기업은행 역시 논의만 오갔을 뿐 결국 없던 일로 하고 작업을 중단했다.

한때 틈새 점포전략으로 큰 관심을 받았던 숍인숍 형태가 변죽만 울리고 끝난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시중은행들이 총 점포를 줄이는 방향으로 지점전략을 수정했기 때문이다. 숍인숍은 부차적인 점포전략이다. 쉽게 말해 전략적 거점이나 고등급 지점이 아니어서 은행권이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점포 축소조치에 나서자 가장 먼저 구조조정의 대상이 돼버렸다.

은행과 대형유통점이 바라보는 지점이 각각 다른 것도 협업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은행은 대형유통점을 찾는 소비자들을 잠재고객으로 보고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점포를 위주로 입점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대형유통점 입장에서 볼 때 은행은 입점을 원하는 많은 사업장 중 하나일 뿐이다. 오히려 은행창구를 영업활성화의 한 수단으로 인식하고 비인기 점포에 은행을 넣으려 한다. 이 지점에서 협업이 아닌 불협화음이 발생하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협업이 제대로 진행되려면 서로를 필요한 존재로 봐야 하는데 금융업과 유통업 간 문화의 차이가 있다 보니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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