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때 고객 이탈 막으려 무제한 면제 제공 하더니…<br>자금 몰리자 횟수 줄여 '눈살'<br>우리銀등 월30회로 축소 등 '얌체 상혼' 불만 목소리 높아
"고객님의 인터넷뱅킹과 현금입출금기(ATM)를 포함한 전자금융 수수료 면제기준 및 면제횟수가 3월16일부터 월 30회로 변경되오니 이용에 착오 없으시기 바랍니다."
회사원 김성원(가명)씨가 10년째 급여통장으로 이용하는 우리은행의 인터넷뱅킹 홈페이지에서 전달받은 공지사항이다.
3~4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은행에서 이탈하는 고객을 붙잡기 위해 경쟁적으로 수수료 면제 혜택을 제공했던 때와 달리 시중자금이 은행에 몰리자 이처럼 은행들이 '땅 짚고 헤엄치기'식으로 영업하는 데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일 금융계에 따르면 최근 시중은행들이 급여이체통장이나 신용카드 결제계좌, 인터넷뱅킹 전용 통장 등 이른바 '저(低)원가성 통장'에 대한 수수료 면제 혜택을 축소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이달 16일부터 급여이체 고객과 신용카드 결제계좌 고객, 인터넷뱅킹 전용 가입고객들에게 제공하던 '수수료 면제횟수 무제한' 혜택을 폐지하고 월 30회로 제한하기로 했다.
급여이체 고객의 경우 월 30회 면제를 받기 위해서는 전월 기준 통장에 급여이체 금액이 50만원 이상 확인돼야 한다. 11개 예금통장은 급여통장이 아닐 경우 월 10회 면제로 대폭 축소된다.
신용카드 결좌계좌 역시 월 30회 면제로 조건이 강화됐다. 인터넷전용상품인 우리닷컴통장 역시 전월 평균잔액이 10만원 이상이면 수수료가 면제됐으나 월 30회로 줄어든다. 면제횟수 30회는 인터넷뱅킹과 현금입출금기 사용횟수를 모두 포함한다.
이 같은 수수료 면제혜택 축소는 다른 시중은행들도 마찬가지다. 국민은행의 '직장인우대종합통장'도 신용카드 사용실적 및 전월 급여이체 실적에 따라 수수료 면제 횟수를 월 20회로 제한하고 있다.
하나은행도 급여이체 고객에게 월 10회 수수료 면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고 신한은행이나 외환은행 등도 카드사용실적, 신용대출잔액, 월 평균잔액 등 면제 조건을 세분화했다.
은행들은 그간 수수료 면제횟수에 제한이 없다 보니 계좌만 유지한 채 혜택만 누리는 이른바 '체리피커(Cherry Picker)'가 양산되고 있어 거래실적이 많은 고객에게 양질의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3~4년 전 은행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고객이탈이 가속화되자 이를 막기 위해 경쟁적으로 수수료 면제혜택을 제공했다"며 "최근 들어 다시금 시중자금이 은행으로 몰리자 혜택을 줄이는 등 '얌체 상혼'이 고개를 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