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코스모스와 미세먼지

박항식 미래부 민관합동 창조경제추진공동단장


지금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까지 나서서 홍보하는 우주과학 다큐멘터리가 전 세계에서 화제를 불러 모으고 있다. 지난달 중순부터 미국과 우리나라를 포함한 180개국에서 매주 동시에 방영되는 '코스모스:시공간 오디세이' 이야기다. 34년 전 세계적인 대중 과학 저술가 칼 세이건이 진행한 13부작 다큐멘터리 '코스모스'의 후속작이자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코스모스가 새로운 세대의 모험정신과 상상력을 고취시킬 것"이라며 적극적인 시청을 권유했다. 제작비만 해도 450억원이 투자된 대형 프로젝트다. 과학 대중화를 위해 늘 고민해오던 우리로서는 부러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1980년 국내에서 코스모스가 방영됐을 때 수많은 어린이와 학생들이 과학자와 우주인을 꿈꿨을 것이다. 세이건은 인간을 '생각하는 별 먼지'라고 말했다.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원소들이 초신성을 포함한 별의 폭발 잔해에서 비롯됐다는 뜻이다. 시청자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광활한 우주에서 지구와 그 속에 사는 인간이 티끌보다도 작은 존재에 불과하다는 점에 무력감을 느꼈을 법도 하다. 하지만 우주를 떠돌던 먼지가 의식 있는 생명이 되는 경이로운 과정을 보면서 감탄하고 마침내 우주의 출발인 빅뱅부터 삼라만상의 법칙까지 이해하게 된 인간의 위대함에 자부심도 동시에 느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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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책이나 다큐멘터리로 접한 어린이와 학생 중 일부가 커서 천문학자와 천체물리학자 등 과학자가 됐다. 화성에 무인탐사선을 보내 지질과 대기를 탐사하고 최근에는 138억년 전 태초의 우주가 급격하게 팽창하던 '인플레이션' 시기에 만들어진 중력파가 남긴 흔적을 찾아내 우주 탄생의 비밀에 한 걸음 다가가는 쾌거를 이룩한 과학자들도 알게 모르게 코스모스의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우주과학기술은 실생활에도 광범위하게 응용된다. 우주왕복선의 연료펌프기술은 인공심장에 적용됐으며 우주선용 정수기술은 병균 제거용 나노섬유 필터 산업을 창출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우주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정부와 전문가들이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우주적 차원에서 인간이 별의 먼지라지만 실생활에서 만나는 미세먼지는 반갑지 않다. 최근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환경성과지수 '미세먼지지표'에서 우리나라는 178개국 중 171위로 꼴찌에 가까운 성적을 기록할 정도로 심각하다. 이 미세먼지와 같은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학기술 개발에 정부가 나섰다. 여기에도 나노기술이 활용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의 환경보건연구실에서는 머리카락의 40분의1 굵기에 불과한 초미세먼지와 미생물을 걸러내는 고성능 필터를 개발하고 있다. 정부는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융합기술형 연구개발(R&D) 과제를 선정해 과감한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4월은 과학의 달이다. 전국 곳곳에서 다채로운 과학체험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올해 과학의 달 행사에 참여해 영감을 얻은 어린이와 학생 가운데 훗날 노벨과학상을 수상하는 세계적인 과학자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미세먼지가 과학의 달 행사를 방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21일은 47회째를 맞는 과학의 날이다. 과학기술인들의 생일이라고도 할 수 있다. 연구실에서, 각종 연구개발 현장에서 묵묵히 우리나라 과학 발전에 기여하는 과학기술인들의 노고에 경의를 표하고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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