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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20일 대남 포격은 우리 군의 대응을 떠보는 한편으로 긴장 분위기를 조성해 그 책임을 우리 정부에게 떠넘기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우발적 사고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단 1발이, 그것도 대북 확성기 방송 시설이나 군사적 목표물이 아니라 야산에 떨어졌다는 점에서 그렇다. 군은 모든 가능성을 조사한 뒤 북의 도발 정도에 따라 대응 수위를 조절할 방침이다.
북의 의도성 여부가 드러날 경우 군의 대응은 한층 강경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의 포격 도발에 36발을 155㎜ 포탄을 퍼부은 자체가 군의 대응 의지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남북관계가 일촉즉발의 상황을 맞고 있다는 얘기다. 더욱이 북한이 이날 오후 국방부에 보낸 총참모부 명의의 전통문에서 '48시간 이내에 확성기를 철수하지 않을 경우 군사적 행동을 개시하겠다'는 위협해와 긴장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청와대도 긴박하게 움직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20일 북한의 서부전선 포격 도발과 관련,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직접 주재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께서는 오후6시부터 40여분간 NSC 상임위원회를 직접 주재했다"며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응하고 우리 군은 만반의 대비태세를 유지하는 동시에 동시에 주민의 안전과 보호에도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 북, 왜 쐈나=크게 세 가지 이유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첫째 이유는 '간 보기'. 위력이 크지 않은 로켓탄을 야산에 한 발 쏘고 나서 우리 군의 대응을 떠보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두번째 이유는 책임 전가. 남북 간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면 북은 이를 대남 비난용으로 역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군의 맞대응을 유도하는 미끼를 던진 셈이다. 북은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를 통한 심리전과 지난 17일부터 진행된 한미연합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으로 한반도에서 긴장이 필연적으로 높아졌다는 공세를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우리 군의 대북 심리전 재개, UFG 연습 등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예상됐던 사건"이라며 "인명 사상을 노린 것이라기보다는 군사적 긴장의 이슈화를 통해 남북관계의 긴장상황에서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차원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세번째는 일종의 시샘으로 설명할 수 있다. '못 먹을 음식에 재뿌리기' 심산이 제한적 포격 도발의 배경이라는 것이다. 중국이 혈맹관계인 자신들을 버리고 남한과 가까워지는 못마땅한 마당에 박근혜 대통령의 전승절 참가 소식이 전해지자 '우리는 언제든 판을 뒤엎을 수 있다'는 강짜를 부리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휴전선에서 긴장 더 높아질까=관건은 앞으로다. 일단 서부전선에서의 긴장은 멈춘 상황이다. 우리 측의 강력한 반격이 진행된 후에 북한 쪽에서는 이렇다 할 움직임이 나오지 않고 있다. 앞으로도 이 같은 긴장 속에 소강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면 도발은 곧 대규모 전투와 물량전으로 이어져 결국은 패배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북한 역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미 양국이 연합훈련을 실시하고 있어 어느 때보다 군사적 대응 준비가 갖춰진 상태여서 북한이 도발을 계속하더라도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상호 비방, 성명전 격화 불가피=총탄과 포탄이 오가는 긴장은 잦아들더라도 북한은 비방전을 계속할 것으로 점쳐진다. 최근 북한 군부 최고위급 인사인 리영길 총참모장과 김영철 정찰총국장이 이례적으로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열린 중앙보고대회와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행사에 나란히 불참하면서 다양한 대남 군사도발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최고조 이른 남북 긴장, 당분간 지속될 듯=남북관계는 당분간 앞을 분간할 수 없을 만큼 긴장과 대치로 내달리게 생겼다. 정부는 대북 정책에서 '원칙론'을 내세우면서 북한의 무리한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으며 북한 역시 우리 정부의 연이은 대화 제안을 거부하고 있다. 남북 긴장국면은 쉽게 풀릴 상황이 아니다. 최근 우리 정부는 추석 연휴 시기에 남북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명단 교환을 제안했으나 북측은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전제 조건으로 내세웠다. 이에 우리 정부는 거부 입장을 밝혔다. 올해 초에만 해도 광복 70주년을 맞아 남북관계 개선 가능성이 기대되기도 했으나 6·15 기념행사, 8·15 기념행사 공동개최 무산, 이희호 여사의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면담 불발 등이 이어지며 그러한 기대가 무색해진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