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다시 보는 야생 진드기


세상에 흔한 진드기가 다시 사회적 이슈로 등장한 것은 지난해 5월. 서울대병원 오명돈 교수가 강원지역 환자를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감염자로 확진하면서부터다. 생태적으로 역할이 큰 핵심종도 멸종위기종도 아니면서 진드기는 단시간에 확실하게 그 존재감을 드러냈다. 야생진드기가 어느 날 '살인 벌레'가 돼버린 것이다.


야생진드기는 사람이나 가축·야생동물이 사는 곳이면 어디나 산다. 마을 뒷산, 들판, 깊은 숲 속을 가리지 않는다. 주로 4~11월에 활동하지만 숙주동물을 찾아다니지 않고 대체적으로 한 곳에 머물며 기다리기 때문에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생태학적 관점에서 보면 진드기의 생존 전략은 상상을 불허한다. 야생진드기는 동물의 피를 흡혈해야만 살 수 있다. 눈과 귀가 없어 열과 후각으로 숙주를 감지한다. 오랜 기다림 끝에 운이 좋게도 동물이 접근하면 특정한 온도나 독특한 냄새를 감지하고 몸을 날려 피부에 붙는다. 독일의 한 연구소에 있는 진드기는 18년 넘게 한 장소에서 가수면 상태를 유지하며 숙주를 기다린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동물에 달라붙은 다음부터는 다르다. 재빠르게 털이 없는 곳을 찾아 피부에 머리를 박고 흡혈한다. 마지막 성찬이다. 피를 배불리 먹은 암컷은 땅에 떨어져 알을 낳고는 곧 생을 마감한다. 동물행동학자 야곱 폰 웩스쿨이 진드기의 가장 중요한 행동은 '자살행위'라고 지칭한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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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을 흘러내리는 시원한 바람, 자연의 유혹에 마음이 끌린다. 하지만 SFTS에 감염되면 생명을 빼앗기는 경우도 있어 산에 가는 것이 망설여진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5월에 사망자가 발생했다. '스스로 조심할 수밖에 딱히 방법이 없다.'

업무 현장이 야외인 국립공원 직원들은 야생진드기에 대한 경험이 많은 편이다. 진드기가 피부로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챙이 있는 모자나 긴 팔옷을 입는다. 자연조사나 시설물 안전을 살피고 내려오면 옷을 잘 털어 준다. 샤워할 때는 혹시 진드기가 붙어 있지는 않은지 온몸을 확인한다. 일본에서는 겉옷에 방충제를 뿌려주면 어느 정도 기피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의하면 SFTS 증상은 감염 뒤 1~2주 이후 나타난다. 산행 후 물린 자국이 있고 고열이나 소화불량, 구토 증세가 있다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상대를 알면 패하지 않는다'는 전쟁터의 경구는 이 경우에도 적용된다. 진드기의 세계, 진드기가 살아가는 환경과 생활사를 이해하면 진드기에게 패하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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