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을 술에 취한 노숙자로 오해해 폭력을 행사하고 사망케 한 경찰관을 해임한 처분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김홍도 부장판사)는 "해임처분은 재량권을 벗어나 위법하다"며 강모씨가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패소로 판결했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강씨가 청각장애인 박모씨의 얼굴을 때려 상처를 입혀 박씨가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며 “응급구호가 필요한 상황에서 긴급구호를 요청하거나 지휘계통에 보고하지 않고 방치했으며 이러한 내용이 언론에 알려져 경찰의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판단했다.
이어 재판부는 “인권보호를 최우선가치로 삼고 직무수행을 해야 할 경찰이 술에 취한 청각장애인에게 상해를 가했다”며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해임은 정당하다”고 덧붙였다.
청각장애인 박씨는 2009년 9월 술을 마신 뒤 택시를 탔다가 말이 잘 통하지 않자 남대문경찰서를 찾았다. 당직 경찰관이었던 강씨는 자정 무렵 경찰서에 온 박씨가 계속된 귀가요청에도 종이에 ‘죄송합니다’, ‘택시’,‘중계동’등의 내용을 적어 도움을 요청하는 모습을 행패 부리는 것으로 오해했다. 이후 강씨는 박씨를 현관 밖으로 밀쳐낸 뒤 얼굴을 한 차례 때렸고 의식을 잃고 주저앉은 박씨에 대해 긴급구호 조치를 하지 않았다. 한동안 방치돼 있다 병원에 실려간 박씨는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2010년 6월 숨졌다.
경찰 당국은 강씨의 긴급구호 조치가 적절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파면했다가 소청심사를 거쳐 해임으로 징계수위가 낮아졌다. 그러나 강씨는 "달려드는 듯한 행동을 하는 박씨를 방어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었고 경찰 지구대에 순찰차 지원을 요청했기에 긴급구호를 소홀히 했다고 볼 수 없다"며 위법한 해임을 취소하라는 소송을 냈다.
한편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7월 숨진 박씨의 유족들에게 강씨와 국가가 6,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또 상해죄로 재판에 넘겨진 강씨는 혐의가 인정돼 2심에서 벌금700만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