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우와 투신문제를 서둘러 해결하겠다고 발표한 뒤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주식에 이 돈을 모두 넣었다가 손해라도 본다면 남편의 얼굴을 대할 낯이 없을 것 같았다.고민을 하던 金씨는 평소 무심코 지나쳤던 논현동 H은행의 「VIP센터」를 찾아갔다. 전문상담사라며 자신을 소개한 은행 직원은 金씨가 목돈을 쓸 곳과 자녀들의 연령 등을 상세하게 묻더니 무려 1시간에 걸쳐 포트폴리오를 짜주었다. 金씨는 「은행에 모두 넣어두라고 매달리지 않을까」걱정했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비은행권 상품까지 망라한 투자상담= 『지금 당장 목돈을 쓸 곳이 없으시다면 우선 비과세 보험상품에 가입하시지요』 금리가 많이 내린데다 앞으로도 당분간은 올라갈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에 비과세 상품이 가장 나은 선택이란게 상담원의 권유였다. 金씨는 대학 2년인 아들의 결혼자금을 넣어두는 셈 치고 2억원을 떼내 모 보험사의 「○○재테크보험」에 가입하기로 했다.
또 주식수익률보다는 채권수익률이 높다는 이야기에 1억원은 채권에 투자하기로 했다. 상담원이 인근의 보험사와 증권사까지 소개해 주었다.
은행 신탁상품인 노후연금저축과 소액 가계저축에 자신과 아들딸 명의로 각각 3개 구좌를 터 1억2,000만원을 넣었다. 절반 가까이 세금을 깎아주는 점에서 이익이 크고 증권투자와는 달리 안전하다는 것이 은행측의 설명.
◇세무·법률상담까지= 崔모씨(57·양천구 목동)는 은행 VIP센터의 조언을 받아 세금을 1억원이나 절약한 케이스. A씨가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고향땅(부천 상동지구)이 최근 택지개발지구로 지정돼 주택공사에 수용되면서 막대한 양도소득세를 물게 됐다.
崔씨의 땅은 5개 필지 총 5,000평으로 공지시가만 15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부동산이었다. 崔씨가 만난 세무사는 『오래전에 취득한 땅이어서 양도소득세가 4억원 가까이 나올 것』이라고만 했다.
崔씨는 너무 억울하다는 생각에 평소 자주 찾던 삼성동 S은행 VIP센터 찾아갔는데 세무상담도 가능하다고 했다. 상담역은 곧바로 1억원을 아낄수 있는 절세 방안을 내놓았다. 보유 부동산을 타의(他意)에 의해 수용당할 경우엔 매년 11월부터 연말까지 1억원을 감면해주므로, 토지보상계약을 한꺼번에 체결하지 말고 2회에 나누어 체결하면 총 2억원을 감면받아 결과적으로 1억원을 절세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崔씨는 한꺼번에 보유계약을 체결했을때 물어야 하는 세금 3억5,752만5,000원보다 1억원 가까이 적은 2억5,830만원을 내면 된다는 만족스런 해답을 얻어내고 기분이 좋아졌다.
◇이사 인테리어 알선에서 문화행사 초청까지= 각 은행이 설치한 VIP센터에서 이같은 재테크 상담이나 세무 상담은 그야말로 기본이다. 외부 전문가를 통한 자녀의 입학상담과 법률상담, 부동산 중개를 비롯해 앞으로는 결혼 설계와 이사대행, 인테리어 상담까지도 은행에서 할 수 있게 된다.
한빛은행의 경우 최근의 이혼증가 추세에 맞춰 외부 변호사를 통한 재산권, 양육권문제 상담 및 기타 법적 절차 대행업무를 알선하고, 은행과 업무제휴한 여행사 직원이 상주하면서 고객들의 국내외 여행과 해외이주 상담과 각종 예약을 처리해준다.
대부분의 은행이 이처럼 VIP센터를 만들어 놓고 「부유층 고객잡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이제는 여신이나 수신외에 재테크설계까지 서비스로 제공해야만 돈있는 고객들의 호응을 얻어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상복기자SBHA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