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구제금융은 일반 시민들의 라이프 스타일 자체를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다. 소득 감소와 대량 실업사태로 몸과 마음이 모두 가난해졌으며 소비행태도 가격과 기능을 따지는 실속위주로 변하고 있다. 금강기획과 동방기획, LG애드 등 국내 주요 6개 광고대행사 연합체인 CPR(CONSUMER PROFILE REPORT)협의회는 최근 전국 6대도시와 15개 중소도시의 13~59세 남녀 6,000여명을 대상으로 소비자들의 상품이용실태와 라이프스타일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결과는 IMF시대 시민들의 고달픈 자화상을 여실히 반영하고 있다. 이를 기초자료로 중년층 도시 샐러리맨의 평균인이라고 할수 있는 35세의 한 대기업 金과장의 달라진 모습을 들여다본다.【편집자주】
金과장의 라이프 스타일은 1년전과 크게 달라졌다. 지난해까지만해도 승용차를 타고 출퇴근을 하던 金과장은 기름값이 크게오르자 지하철과 시내버스를 이용하는 횟수를 늘렸다.(승용차 이용 61.9→ 60%, 지하철 9.5%→13.5%, 시내버스9.3%→11.8%)
출근 시간 20분전에 회사에 도착해 펼쳐보던 신문기사의 내용도 정치나 외신등에서 자연스레 경제와 금융·증권 등으로 바뀌었다. 박찬호와 박세리의 선전소식을 전해주는 스포츠면으로 눈이 자주가는 것도 지난해까지 없던 일이다.
오전 업무가 끝나고 점심시간이 되면 예전에는 맛있는 집을 찾아다니는 여유가 있었지만 요즘은 싼 음식점을 찾게 된다. 한달 용돈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15만원이상 70.7%→67.8%, 15만원이하 29.3%→32.2%)
식사 후 디저트도 회사 내 커피 자판기를 이용하는 날이 많다.
동료들과의 얘기를 나누다 보면 자신의 생활수준이 중하층에 속한다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 지난해까지 자신이 중하층에 속하다는 비율은 36.7%에 그쳤지만 올해는 38.9%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수입이 150만원 미만이라고 애기하는 사람들도 16.7%에서 19%로 늘어났다.
퇴근 시간 이후 동료들과의 회식도 뜸해졌다. 가끔씩 마시는 술도 맥주나 위스키에서 소주로 바꿨다.
IMF이후 친구들을 만나는 일도 줄어들었다. 가벼워진 주머니 탓도 있지만 마음이 여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모임이 줄어들다보니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지기는 했지만 예전처럼 외식을 하는 일도 쉽지않다. 모처럼 외식을 한다고 해도 1인당 1만원이하의 비교적 싼 음식을 찾는 일이 많아졌다.(한달간 외식비율 75.1%→66.8%)
주말이나 휴일을 어떻게 보낼지도 고민스럽다. 가족과 함께 야외로 나들이를 나가는 경우도 줄어들었고 경제적 여건때문에 하고 싶은 여가 활동도 횟수가 줄어들게 됐다.
어쩌다 쇼핑이라도 하게되면 디자인이나 색상보다는 성능과 기능을 따지게된다. 좀더 값싼 물건을 찾다보니 백화점이나 전문매장, 대리점등 보다는 할인점을 이용하게되는 것도 지난해와는 달라진 모습이다.
신용카드를 이용한 할부 구매도 결국 빚이라는 생각때문에 자제하게 된다.
金과장은 1년간 이같은 변화를 겪으면서 삶이 고되다는 느낌을 자주 갖게된다. 그렇다고 내년이 올해보다 나아질것 같지도 않고...
인생의 목표가 흔들리지를 않기를 다짐해 보지만 그것도 여의치않은 상황이다. IMF로 이래저래 고달픔의 연속이다.【이강봉·이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