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 윤병철 회장 50년 금융이야기

■ 금융은 사람이다

윤병철 지음, 까치 펴냄


"지구에는 71억명의 인구가 있다. 모두가 공평하게 산다면 그 가운데 내가 맡은 몫은 71억분의 1에 불과하다. 그런데 나의 삶은 그보다 몇 백배 더 일할 수 있는 은혜를 받았다."

윤병철 한국파이낸셜플래닝(FP) 협회장이 회고록 '금융은 사람이다'를 펴낸 이유를 밝힌 부분이다. 그는 1960년 농업은행(현 농협)을 시작으로, 한국경제인협회(현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개발금융, 한국장기신용은행, 한국투자금융 등 우리나라 금융·산업 부분의 핵심을 두루 그쳤다. 1985년부터 2004년까지는 한국투자금융 사장과 하나은행장, 하나은행 회장,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지냈다. 최고경영자(CEO) 경력만 20년. 어찌보면 직업이 'CEO'라 할 만하다.


그러면 이런 금융계 50년 인생에서 가장 잘했다고 스스로 평가한 일이 뭘까. 특이하게도 그는 'CEO 자리'에서 물러난 것을 꼽았다. 회고록은 '1. 스스로 은행장직에서 물러나다'로 시작된다. 자신이 설립해 '분신'처럼 여기던 하나은행장의 3연임을 앞두고 1997년 전격적으로 사퇴한 일을 말한다. 윤 회장은 "국내 은행 역사상 연임이 보장되는 데도 물러난 건 아마 내가 처음"이라며 "하나은행장의 순조로운 경영승계는 77년 삶 동안 가장 자랑스러운 일 중 하나"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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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 은행장 선임을 둘러싸고 아직도 말썽이 많은 국내 현실에 대한 비판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는 "CEO 직에서 오래 근무 하다보니 스스로 매너리즘에 빠졌다는 것을 느꼈다. 이런 마음가짐으로는 오히려 조직에 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CEO는 자신이 떠난 후 조직을 책임질 수 있는 후학을 양성하는 데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개인의 출세보다는 조직의 발전을 항상 우선적으로 신경 써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1997년 당시 그를 이은 사람은 김승유 당시 하나은행 전무다.

회고록은 제목처럼 '금융 발전은 사람이 이끌어야 한다'는 내용으로 일관한다. 윤 회장은 "공장과 기계가 있는 제조업체와 달리 금융은 사람이 하는 장사"라며 "금융산업의 경쟁력은 금융인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이 그동안의 경험"이라고 강조했다.

팔순을 눈앞에 뒀지만 여전히 FP협회 등 현재 몸 담고 있는 사회활동에 충실하고 싶다는 것이 그의 희망이다.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재무설계 문화를 확산시켜야한다는 이유에서다. 새롭게 중국어를 배우고 자원봉사를 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란다는 그는 77세의 청춘이다. 1만8,000원.


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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