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방정부 채무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중국회계사협회(CICPA) 부회장이 "지방정부 채무가 이미 통제불능 상태"라고 밝혀 파장이 커지고 있다. 그는 "지난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보다 더 큰 충격을 전세계에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16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CICPA 부회장이자 회계법인 샤인윙 대표인 장커(사진)는 "일부 지방정부의 채권발행을 감사한 결과 대다수의 채무상환 능력이 부족해 상황이 매우 위험하다는 점을 발견했다"며 이같이 마했다.
FT는 그동안 국제통화기금(IMF)과 국제신용평가사 피치 등이 중국 지방정부 채무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적은 있으나 중국 금융업계의 거물이 강도 높은 경고를 보낸 것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재정부 산하 정부기관인 CICPA의 최고위급 인사가 지방정부 채무 문제를 공식화함으로써 중국 내는 물론 전세계 금융계에서 이 문제에 대한 논의와 우려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국 정부는 지방정부 채무가 2010년 현재 10조7,100억위안이라고만 밝힐 뿐 이후 수치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40%에 달하는 최대 20조위안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중국 정부가 국내에 미칠 악영향을 줄이기 위해 대출기준을 대폭 완화한 결과다.
더 큰 문제는 지방정부 채무규모가 커지는데도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장커는 "지방정부가 채권을 발행해 얻은 돈으로 도로정비 등의 사업을 하고 있지만 이는 큰 수익으로 돌아오지 못하며 결국 지방정부는 계속 채권을 발행해 만기가 도래하는 빚을 갚는 데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빚을 돌려 막고 있다는 뜻으로 장커는 "이 같은 구조가 무너질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FT는 "중국 지방정부가 올해 1ㆍ4분기에 전년동기보다 2배 이상 많은 2,830억위안어치의 채권을 발행했지만 경제성장률은 오히려 전분기보다 0.2%포인트 감소한 7.7%를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통상 지방정부가 막대한 자금을 조달하면 전체 경제성장률이 올라가기 마련이지만 채권발행액의 상당 부분을 차환에 쓰느라 경기가 살아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장커는 "중국 도시 밑의 지자체가 2,800개가 넘는다"면서 "이들이 모두 차입한다면 서브프라임모기지 파동 이상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자체 모두 막대한 빚을 진 상황에서 한두 곳의 지자체가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하면 이것이 도미노 효과로 중국 전역에 번질 수 있고 주요2개국(G2) 중 하나인 중국 경제의 위기는 결국 전세계로 전염될 것이란 주장이다.
다만 장커는 이 같은 위기가 언제 올지는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방정부의 부채 돌려막기가 계속되고 있고 채무만기 일자가 장기적이기 때문에 폭발이 언제 일어날지는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장커의 강도 높은 발언이 그가 운영하는 회계법인 샤인윙의 해외진출 촉진을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는 "지방정부의 채무상환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발견하고 샤인윙은 더 이상 관여하지 않기로 했다"는 등 샤인윙과 중국 지방정부에 큰 연관성이 없다는 점을 피력했다. FT도 "장커의 경고는 중국 회계기업들이 해외진출 계획의 일환으로 전세계에 '책임감이 있다'는 인식을 심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를 보여주는 예"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