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징벌적 과세까지 총동원… 투기세력과의 전면전

■ 정부 외환시장 대책 발표<br>원·달러 환율 급락 부추긴 기업도 실태조사 대상<br>NDF 거래때 중앙청산소 통해 자금결제 의무화

최종구(가운데) 기획재정부 차관보와 윤창현(오른족) 금융연구원 원장이 30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해외자본 유출입 변동성 확대, 이대로 괜찮은가' 세미나(금융연구원 주최)에 참석, 기조발제를 듣고 있다. /김동호기자


정부가 30일 외환시장 교란의 주범으로 꼽혀온 투기세력과 사실상 전면전을 선포했다.

최종구 기획재정부 차관보가 이날 발표한 외환정책 방향을 뜯어보면 우선 투기세력의 실체를 추적하고 해당 거래의 중개통로를 옥죈 뒤 징벌적 세금을 매겨 핫머니의 과도한 국내유입을 억제하겠다는 수순이 보인다.


투기세력 실체 추적은 투 트랙으로 진행된다. 1단계로 주요 시장참가자에 대한 실태조사가 조만간 실시된다. 정부는 특히 역외세력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방침이다. 과거 외환위기나 리먼 브러더스 파산 사태 직후에도 역외세력의 과도한 차액결제선물화(NDF) 거래가 환율불안을 키웠다는 경험에 근거한 조치다. 기업 역시 실태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수출업체들이 원화 강세를 예상해 대금으로 받은 달러를 앞당겨 팔고 수입업체는 결제용 달러를 늦춰 사는 이른바 '리드앤래깅(lead&lagging)' 추세가 최근의 원ㆍ달러 환율 급락을 부채질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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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단계로는 NDF 거래시 반드시 중앙청산소(CCP)를 통해 자금결제가 이뤄지도록 의무화하는 정책이 취해진다. CCP는 당초 거래 당사자 간 사적으로 이뤄지던 장외파생상품 청산ㆍ결제를 일괄적으로 도맡아 처리하는 시스템이다. 따라서 CCP를 통하게 되면 NDF를 거래하는 주체가 누구이며 각 주체별로 어느 정도 금액의 상품을 사고파는지 파악할 수 있다. "장외 세력으로서는 마치 범행(투기) 후 지문을 남기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라는 게 외환당국자의 설명이다. 투기세력의 실체가 드러나면 외환당국은 시장질서를 과도하게 침해하지 않으면서 문제 세력만을 정밀하게 겨냥한 핀포인트, 즉 족집게 식 규제를 가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투기세력의 중개 통로를 옥죄면 외환정책의 효과는 배가 된다. 정부는 이미 이른바 외환건전성 3종 세트(외환건전성 부담금, 선물환포지션 한도,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를 통해 투기세력의 유입 경로를 조여왔다. 앞으로 추가적인 대응의 특징은 그 규제의 범위가 한층 넓어진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외환건전성부담금과 선물환포지션 한도 규제는 주로 외국환은행권에 초점을 맞춰왔다. 그러나 최 차관보는 앞으로 외환건전성부담금 제고 강화 방침에 대해 "부과대상 기관 및 상품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비은행권으로도 규제 범위가 넓혀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또한 현재 실질적으로는 5~20bp인 건전성부과요율도 법상 한도인 50bp 수준 내에서 상향조정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기존 은행에 대해서는 조만간 시장 흐름에 따라 선물환포지션 한도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선물환포지션 산정기준도 현행 월별 산정에서 향후 주간이나 일간 단위로 강화될 것이라고 정부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정부는 이 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외환시장으로의 투기자금 유입이 가속화될 경우 세금을 동원한 규제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최 차관보가 이례적으로 한국형 토빈세와 채권거래세 도입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은 그만큼 정부의 의지가 결연함을 시사한다.

다만 한국형 토빈세 등은 제도 도입 이후 시행을 일정 기간 미루는 방안이 유력하다.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차원이다. 최 차관보도 "제도 도입 이후 시행 유보를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정부가 입법을 추진했던 파생상품 거래세 역시 실제 시행은 2016년까지 3년 유보하는 안을 담았었다. 재정부는 프랑스와 벨기에가 각각 2001년, 2004년 외환거래세 법안을 제정한 후 실제 시행 시기를 유럽연합(EU) 국가 시행시기로 유보한 것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다만 이처럼 시행을 유보한다고 해도 일단 과세가 시작되면 그만큼 외환상품 등에 대한 기대수익률이 떨어져 핫머니 유입을 억제하는 효과가 크리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민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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