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무역 1조弗의 그늘

제48회 무역의 날과 무역 1조달러 돌파 기념행사가 12일에 함께 치러진다. 우리나라는 지난 5일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연간 무역 규모 1조달러를 넘어섰다. 한국이 무역의 변방에서 이젠 중심 국가로 발돋움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역사적이다. 하지만 잔칫날이라고 해서 자화자찬에만 빠져 있기보다는 현실과 속내를 꼼꼼히 따져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만큼 현재 국내외 경제 상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우선 올해 무역 1조달러가 국내 수출기업들의 뛰어난 경쟁력 이외에도 고(高)유가에 따른 반사이익도 있었다는 점을 지나쳐서는 안 된다. 지난해 말부터 유가 급등으로 원유 수입금액은 50% 이상 급증했다. 이는 자연스레 국내 휘발유 값 상승으로 귀결돼 국민의 삶을 힘들게 하고 있다. 하지만 석유제품 수출은 65%나 급증하는 효과로 이어졌다. 아이러니하게도 고유가가 국민의 삶은 힘들게 하지만 무역 1조달러에는 상당한 역할을 한 셈이다. 또 하나는 무역 1조달러 돌파가 지나치게 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무역 규모의 확대로 대기업들은 덩치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 하지만 '낙수효과'에 따른 온기가 중소기업이나 국민 경제에 충분히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들이 해외 생산에 발벗고 나서고 있는 것도 되짚어봐야 할 점이다. 글로벌 생산기지의 확대가 기업 입장에서는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지만 고용 창출을 감안한 국내 경제 파급 효과는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내 자동차 업계의 해외 생산비중은 지난해 37%에서 내년에는 42%로 늘어날 예정이다. 스마트폰의 글로벌 생산비중도 급격히 늘어 이미 70%대에 달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현지에 수조원대 규모의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짓기 위한 신청서를 지식경제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기업의 경쟁력 강화 측면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 경제에 반가운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대기업의 수익이 커진다고 근로자와 국민 경제의 부(副)도 함께 확대될지는 의문이다. 이 같은 점을 볼 때 무역 1조달러 시대에 대기업들은 책임감이 그만큼 무거워졌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멀리 가기 위해서는 함께 가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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