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취수장, 서초동 악기상가, 남산 애니메이션센터 등 서울의 주요 문화 밀집지역이 새로운 문화명소로 탈바꿈된다. 시민들이 손쉽게 찾아갈 수 있는 테마거리들이 조성된다는 점에서 문화예술계가 큰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18일 문화체육관광부와 공연계에 따르면 연면적 5,000㎡가 넘는 서울 광진구 광장동 소재 구의취수장은 대형 서커스 공연장, 세트 제작소, 교육시설 등을 갖춘 '서울서커스예술센터(가칭)'로 조성된다. 지난 1984년 퀘벡의 쓰레기 매립장에 서커스 공연장을 만들면서 시작됐던 세계적인 서커스단 '태양의 서커스'의 사례처럼 거리예술에 특화된 공간을 만들어 세계적인 공연을 제작하고 공연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겠다는 게 서울시의 방침이다. 구의취수장은 1976년 개장돼 정수장으로 쓰였지만 지난해 6월 강북통합취수장으로 취수기능이 통합돼 빈 공간으로 남아 있다. 우선 구의취수장 6개의 건물 중 가장 큰 건물에 서커스 공연장과 연습장이 조성된다. 이 건물은 지하부터 지상까지 높이가 20m에 달해 서커스 공연장으로 최적의 공간이라는 게 공연계와 서울시의 판단이다. 나머지 4개 동에는 예술단체 입주실, 세트 제작소, 세미나실, 시민 교육시설, 아카이브(자료실) 등이 예정돼 있다. 현재 국내에는 80여개의 거리예술 극단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어 이 특화공간이 마련되면 국내 거리공연 활성화에 크게 일조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건너편에 위치한 서초동악기상가는 문화예술특구로 조성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서초구는 이 지역이 인근 예술의전당,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초동 캠퍼스와 인접해 있어 문화예술 집적지로 인기를 끌 것으로 판단해 외부기관에 컨설팅까지 의뢰해놓았다.
또 남산 애니메이션센터 인근에는 만화의 거리를 조성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서울시는 애니메이션센터 일대의 작은 주택이나 건물을 매입해 만화박물관을 건립하고 이 지역을 만화테마거리로 조성할 방침이다. 특히 이 일대가 명동을 찾는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는 점에서 관광객이 편하게 와서 즐길 수 있는 테마공간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답십리 고미술상가는 오는 2014년까지 인사동에 버금가는 서울의 대표 관광지를 만든다는 목표로 명소화 작업이 추진되고 있다. 서울 지하철 5호선 답십리역 인근에 위치한 이 거리는 1980년대 중구 황학동과 서대문구 아현동 일대에 밀집해 있던 골동품 가게들이 비싼 자릿세와 교통난을 피해 옮겨온 곳이다. 현재 150여개 상가가 들어서 있다. 고가구나 도자기 등 고미술품 수십만 점을 전시∙판매하고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골동품 거리인 이곳을 도보관광투어 코스로 개발해 국내외 관광객들의 명소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문화예술계는 이처럼 다양하게 조성되는 문화 집적지들이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서울의 새로운 문화공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하예술계의 한 관계자는 이 같은 움직임과 관련해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활동할 공간이 넓어지고 관객들도 쉽게 찾아 다양한 공간에서 문화를 향유할 수 있게 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