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현대그룹:7/광동성 신회 집장상 공사(한국기업의 21세기 비전)

◎작업장 환경개선·생산라인 자동화·용접훈련원 개설/“컨테이너업계 제왕” 중에 메아리/34개 현지경쟁업체 거센 도전… 한때 주도권 흔들/「스틸」 제품만들기 총력… 세계시장 7%점령 “견인”중국 광동성의 성도 광동에서 남쪽으로 광동­주해간 고속도로를 달려 2시간. 중국 근대혁명의 기수 손문 선생의 고향인 중산시가 나타난다. 중산시 서쪽 맞은편 신회시의 하당공업지구는 2개 고속도로가 주위를 통과하는데다 중산시와 신회시사이를 흐르는 서강으로 둘러싸인 주강삼각주에 위치해있다. 하당공업지구의 강변도로를 따라 달리다보면 멀리 울긋불긋한 각종 색깔의 대형 물체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모습이 장관을 이루고있다. 현대정공의 광동현지 컨테이너 제조법인인 광동현대 집장상 제조 유한공사의 하적장이다. 광동현대의 김장한 경리과장은 『하적장의 컨테이너 산더미 크기를 세계 컨테이너 경기의 척도로 보면 된다』고 소개한다. 컨테이너 더미가 높으면 그만큼 수출주문을 많이 소화해 선적 대기물량이 많다는 뜻이다. 세계컨테이너업계는 지금 수년간의 어두운 터널에서 벗어나고있다. 올해는 세계경기의 회복과 함께 수출물량도 증가, 수주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고있다. 이같은 기대를 반영하듯 광동현대의 제조현장은 열기가 가득하다. 거대한 철판을 펴는 프레스기계의 굉음이 귀전을 따갑게하고 용접공들이 섬광을 밝히며 철판붙이기 작업에 여념이 없다. 「정심제작 세계최고품질 세계일류상품」이란 작업장의 표어에서 세계컨테이너업계의 제왕 현대정공의 강한 자부심을 읽을 수 있다. 컨테이너 제조는 기본적으로 노동집약적 산업이다. 스틸코일을 곧게 펴는 프레스 백 컨트롤 박스, 이물질을 제거하는 표면처리기, 자동용접장치, 자동도장기 등 각종 자동화설비가 있지만 깔끔한 마무리에는 역시 사람의 손이 많이 필요한 것이다. 현대정공이 이곳에 현지공장을 가동하고있는 가장 큰 이유도 컨테이너산업의 이같은 속성 때문이다. 저렴한 인건비가 제품경쟁력확보의 최대 관건이기 때문이다. 2교대로 근무하는 1천3백명 현지근로자들의 월급여는 평균 1천5백위안(약 15만원). 국내근로자 임금의 10%에 불과하나 중국업체보다는 3배이상 높은 파격적인 수준이다. 1977년 세계컨테니어업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현대정공은 1983년 마침내 세계 제일의 컨테이너 제조업체로 등극했다. 그후 10년간은 현대정공의 독주시대였다. 그러나 스틸컨테이너부문은 80년대말부터 이미 먹구름에 휩싸이고 있었다. 중국 태국 인도 등 후발국기업들의 강력한 추격으로 불과 수년만에 경쟁력을 거의 상실하는 위기를 맞은 것이다. 지난 89년 35%나 됐던 스틸컨테이너 세계시장점유율이 지난 92년에는 22%로 뚝 떨어진데다 이듬해는 12%로 곤두박질했다. 냉동컨테이너보다 상대적으로 기술수준이 낮아 개도국들이 추격하기 용이한 스틸컨테이너부문은 중국회사들에게 주도권을 빼앗기고 말았다. 중국내에는 CIMC(중국국제해운공사)를 선두로 무려 34개의 컨테이너업체가 우후죽순처럼 등장, 현대정공의 아성에 도전하고있다. 정몽구 현대정공회장(그룹회장)은 이같은 난국을 극복키위해 정공법을 선택했다. 가장 강력한 라이벌회사들의 본거지인 중국에 진출, 비슷한 여건에서 생산요소를 조달해 경쟁력을 회복, 세계최고 컨테이너 제조회사로서의 위상을 지켜려는 현지화전략이었다. 광동현대는 현대정공이 지난 93년 10월 중국에 최초로 설립한 컨테이너 제조 현지법인이다. 중국에는 광동외에 94년 10월에 설립된 청도현대, 94년 12월에 설립된 상해현대가 있다. 중국현지법인은 중국업체들이 강세를 보이고있는 스틸컨테이너를 주로 생산하고있으며 청도에서는 냉동컨테이너도 제작하고있다. 그러나 생산규모는 광동이 가장 크다. 스틸컨테이너연간 생산능력이 광동현대가 7만TEU(20피트기준의 컨테이너규격), 청도와 상해가 각각 4만TEU이다. 광동현대의 합작파트너는 광동신항 집장상 제조유한공사와 신회시정부. 현대측은 초창기에는 생산설비 및 자재, 기술요원을 파견, 스틸컨테이너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합작파트너측 현지인에게 경영을 맡겨놓은 결과 각종 문제점이 발생했다. 관리능력부족으로 부실화되어 제품수준이 바이어들을 만족시키기엔 미달됐기 때문이다. 이에 현대측은 지난 95년 6월 보유주식비율을 55%로 높여 경영권을 인수했다. 파트너측도 현대정공의 우수한 경영능력을 인정, 경영권인수에 협조적이었다. 경영권을 확보한 현대측은 대대적인 체질개선작업에 착수했다. 작업장내 조명장치를 더 밝게하고 숙련용접공 확보를 위해 용접훈련원을 운영하며 페인트 건조방식을 전기로방식에서 열풍식방식으로 바꾸었다. 또 자재조달 및 관리효율화와 함께 회계제도를 개선하고 사무자동화를 추진했다. 이같은 생산현장 및 지원업무의 경영쇄신으로 월간 생산량이 2천1백TEU에서 3천1백TEU로 증가, 생산량이 약 46% 늘어났다. 현대광동은 또 지난해 9월 제 2생산라인을 건설, 연간 2만TEU인 생산능력은 7만 TEU로 확대됐다. 제 2라인 설치와 함께 최신 기계공장 및 부대시설, 야적장을 위한 3만7천평의 부지를 추가 확보, 공장부지도 총 7만평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광동현대는 생산목표를 최대생산능력보다 낮은 6만5천TEU로 잡고있다. 현지근로자들의 숙련도 및 라인의 안정 등을 고려, 당분간 무리하지않겠다는 것이다. 제 2생산라인은 울산공장과 같은 수준의 최첨단 자동화설비를 갖추었다. 측면 및 상부 소재를 자동으로 가공 생산하는 자동벤딩머신, 3중 코팅도장실, 자동절단기 등이 그것이다. 제 2라인건설에는 총 1천3백만달러가 투자됐다. 현대광동이 외자기업으로서 누리는 혜택은 15년간의 토지임차권과 5년간의 법인세감면 등이다. 그러나 현대측은 최적의 입지조건에 더 만족하고있다. 공장옆 부두에서 홍콩까지는 선박으로 3시간 거리. 완성된 컨테이너를 최대고객인 홍콩바이어들에게 당일내 인도할 수 있는 물류상의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공장과 연결되어있는 광동현대소유 부두는 2천톤의 화물을 운반할 수 있는 바지선들이 한번에 3백TEU를 적재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있다. 광동현대는 보다 원활한 컨테이너 인도를 위해 자체 바지선운영을 검토중이다. 현대정공은 지난 94년 10월 스틸컨테이너의 국내생산을 중단했다. 중국 3개공장과 지난 94년 12월부터 가동된 인도공장(DCM현대)에 이전한 것이다. 울산공장은 기술개발 및 부가가치가 높은 냉동컨테이너에 주력하고있다. 울산을 떠난 현대의 스틸컨테이너부문은 중국,인도 등에서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려 스틸컨테이너 세계시장점유율 7%가 유지되고있다. 지난해 세계 냉동컨테이너 시장점유율 46%를 기록하고있는 현대정공이 세계최고 컨테이너회사로 군림하고있는 것은 스틸컨테이너부문의 위기를 해외진출로 돌파한 덕분이다. 광동현대는 현대정공의 이처럼 성공한 세계화전략의 최대전진기지인 셈이다. ◎인터뷰/김기철 광동현대 총경리/“바이어들 품질 인증… 올 수출 1억달러 전망” 김기철 광동현대 총경리(사장)는 중국컨테어너업계에 한국컨테이너제조사의 산증인으로 알려져있다. 1972년 한국 최초의 컨테이너 제작에 참여했던 김 총경리는 지난 95년 6월 부임, 울산공장의 경험과 기술을 살려 광동현대를 정상궤도에 올려놓았다. ­경영권인수후 경영개선작업의 성과는. ▲방만한 경영에 대대적인 수술을 단행, 자재 및 관리부문에서 약 3천만위안(30억원)의 경비를 절감했다. 이제 효율적인 경영체제가 확립됐다고 평가하고싶다. ­세계일류제품을 생산하기위한 특단의 조치가 있었나. ▲생산현장의 작업환경과 식당의 메뉴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등 현지근로자들의 사기를 높여줬다. 대신 근무기강을 확립하는데 각별한 신경을 썼다. 불량품관리에 소홀한 책임을 물어 해고조치까지했다. ­중국컨테업체와의 경쟁상황은. ▲생산제품을 모두 수출하고있으므로 중국시장내 경쟁은 없다. 그러나 광동성내 11개 중국업체와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한다. 현대의 제작공정 및 품질수준이 해외바이어들에게 널리 알려져있어 시장개척에는 큰 문제가 없다. ­앞으로의 투자계획과 사업전망은. ▲인건비부담을 줄이기위해 자동화투자를 확대할 방침이다. 수명이 15년정도인 컨테이너는 최근 대체수요가 늘어나고있는데다 세계경제도 회복세를 타고있다. 그러면 그동안 추진한 경영합리화작업의 성과가 나타날 것이다. 96년에 7천8백만달러인 수출액이 올해에는 1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신회(중국)=안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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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순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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