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 관행을 정상화하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가 정작 일선현장에서 실행에 옮겨지면서 얼마나 '비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29일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에 따르면 총리실은 지난주 초 '비정상 관행의 정상화 과제 제출 협조' 공문을 중앙부처와 공공기관에 보냈다. 총리실은 공문에서 중앙부처는 5개씩, 공공기관은 3개씩의 비정상 관행을 찾아내 이번주까지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이 공문은 지난 20일 박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모든 정부부처와 공공기관들을 대상으로 과거에 잘못된 관행과 비상식적인 제도들을 찾아서 바로잡도록 해야 한다"며 '비정상 관행의 정상화'를 주문했을 즈음 배포됐다.
공문에서는 비정상 관행으로 변화된 사회상에 뒤떨어진 법 또는 제도, 예산 관련 탈법ㆍ편법적 운영 및 전용 등을 꼽은 뒤 그 사례로 ▦환경변화에 부합하지 않는 의료 관련 법제도 ▦각종 보조금 부당수령 ▦국립대병원 직원과 그 가족의 진료비 감면 ▦전두환 전 대통령 미납 추징금 미환수 ▦원전납품 관련 구조적 비리 ▦교직원 연금대납 등을 들었다.
하지만 해당 부처 공무원들과 공공기관 사이에서는 "공문의 취지에는 동감하지만 방식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형적인 '졸속행정'이자 '보여주기를 위한 건수 채우기'라는 것이다.
한 중앙부처 공무원은 "그 짧은 기간에 공문에 적시된 예시와 부합하는 비정상 관행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며 "지난 한주 내내 고민한 끝에 간신히 건수를 채워 제출했다"고 말했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나름대로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부처의 한 공무원은 "비정상 관행의 정상화'를 비정상적으로 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