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환란의 그림자가 점차 걷히고 실물경기가 회복되는 조짐을 보이자 고가·사치품 판매가 큰 폭으로 늘어나는 등 「과소비 풍조」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고가 소비재 없어서 못 판다 = 대형 백화점의 명품코너가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서울 압구정동 현대백화점의 「루이비통」 「까르티에」 등 수입명품 코너는 요즘 하루 수천만원 매출을 손쉽게 올린다. 핸드백 하나가 100만원, 양복정장 한벌에 200만원을 호가하지만 없어서 못팔 정도다. 롯데백화점 명품코너도 지난해 2억~3억원을 밑돌던 하루 매출이 요즘들어 5억원대로 2배 가량 늘어났다.
고급 여성의류, 골프용품 매출도 크게 늘어났다. 외투의 경우 작년에 잘 팔리던 패딩의류가 주춤하면서 모피류가 잘 팔리고 있다. 갤러리아 백화점 패션가에 입점한 동우모피의 경우 지난 9월 6,500만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10월에는 82% 늘어난 1억 1,800만원을 기록했다.
고급 술 불티나게 팔린다 = 고급 룸살롱이나 특급호텔에서 한병에 40만원 가량에 팔리는 「시바스 리갈」 18년산, 「발렌타인」 17년산 등 수입 프리미엄 위스키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지난 4월부터 10월까지 발렌타인 17년산 판매량은 7,000상자(750㎖ 6개들이)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판매실적(4,000상자)을 훌쩍 넘어섰다. 4월 출시한 시바스 리갈 18년산도 월 100%의 매출신장세를 기록하며 지난달까지 2,400상자(750㎖ 6개들이)가 팔렸다.
롯데백화점의 11월 와인 판매량은 전년대비 158%의 신장률을 보였다. 특히 고급와인인 「보졸레 누보」는 판매시작 6일만에 5,300만원어치나 팔려 나갔다.
연말 호텔예약 만원이다 = 많게는 수천만원이 드는 것으로 알려진 특급호텔 예식장도 대부분 주말 예약이 꽉찬 상태이고 연말 송년행사 특수까지 겹쳐 12월 연회장은 이미 예약이 끝난 상태다.
신라호텔은 이미 지난달 중순에 12월말까지 연회장 예약이 마감된 상태이고 힐튼호텔, 롯데호텔 등 주요 특급호텔의 대형 연회장도 비슷한 상황이다.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에서 근무하는 황순옥씨는 『우리는 IMF의 교훈을 너무 빨리 잊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과소비를 주도하고 있는 상류층이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창현기자CHKANG@SED.CO.KR
이효영기자HYLE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