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 계약 업체선 한통과 그룹웨어 공동개발/‘기술습득 수입 엄청’가장 널리 쓰이는 소프트웨어는 워드프로세서(문서작성기)다. 이 워드프로세서 3만개를 산다면 적당한 가격은 얼마나 될까.
이같은 궁금증을 낳게 하는 사례가 최근 발생했다. 두 업체의 판매가격이 무려 수십배가 차이나 보는 사람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A사는 최근 한국통신에 3만명이 사용할 수 있는 워드프로세서를 3천3백만원에 공급키로 하고 계약을 체결했다. 개당 가격은 1천1백원이다. 만약 CD롬 타이틀 형태로 이를 공급한다면 이 가격은 소프트웨어를 담는 CD 원가 밖에 안된다. 소프트웨어는 거의 공짜라해도 무방하다.
반면 공급권을 놓고 이 회사와 최후까지 경합을 벌인 B사는 10억원을 써냈다. 개당 3만원을 웃돈다. A사 제품보다 적어도 30배는 비싼 셈이다. 제품에 별 차이가 없다면 한국통신으로서는 당연히 A사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B사가 폭리를 취하려다 발목이 잡힌 것일까. 아니면 A사는 엄청난 덤핑을 한 것일까. 궁금증이 꼬리를 물지만 둘다 아니다. 속사정이 있다.
이번 입찰은 단순한 워드프로세서 납품이 아니다. 납품권을 획득한 업체는 한국통신과 그룹웨어를 공동 개발키로 돼 있다. 이로 인한 수익이 워드프로세서를 납품해서는 벌이들이는 수익보다 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점이 바로 워드프로세서보다는 그룹웨어가 주력사업인 A사가 노린 부분이다. 극단적인 저가 입찰이 가능했던 배경이다. 그러나 B사는 최근 그룹웨어 쪽의 사업을 강화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 워드프로세가 주력이다. 그런 B사로서는 A사의 가격정책이 납득키 어려운 것임에 틀림없다.
한편 한국통신은 몇년전에도 저가로 워드프로세서를 도입, 아직까지 사용자들이 불편을 겪게 만든 전례가 있어 이번 입찰 결과를 놓고도 내부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이균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