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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닝머신 위를 하염없이 달리거나 강변을 걷거나 집 근처 야산에 오르는 것만 운동이라고 생각했다면 이제 그 고정관념을 깨야 할 때가 왔다. 헬스나 조깅·등산 같은 대중적인 운동이 여전히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남들과 다른 운동에 땀을 흘리는 이들도 급속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체육회와 전국생활체육연합회 등 유관기관에 등록된 생활체육 클럽의 양상도 바뀌고 있다. 이들 기관에 등록된 동호회는 현재 60여개인데 최근 테니스나 배드민턴·축구 등 전통적으로 많은 동호인을 거느리고 있던 곳들은 성장세가 주춤하는 데 비해 산악자전거·카누·세팍타크로·펜싱 등 '뉴스포츠' 종목들은 해마다 동호인 수가 20~30% 늘면서 인기가 올라가고 있다.근무시간에 쫓기는 바쁜 직장인들도 헬스나 요가 등 흔히 생각할 수 있는 종목에서 자신의 취향이나 라이프스타일에 적합하면서도 지루하지 않은 색다른 종목으로 갈아타는 경우가 늘고 있다.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운동들은 특징이 있다. '악' 소리가 날 정도로 자신의 신체를 극한 상황으로 밀어붙여 신체기능을 향상시키는 '개미형' 운동이 있는가 하면 특정 기구를 적극 활용해 땀을 흘리지 않고도 지방을 태우는 '베짱이형' 운동을 선호하는 이들도 많다.
"몸이 힘들기는 하지만 한 단계씩 성취해나갈 때 그 기분이 정말 짜릿해요."
개미형 운동을 즐기는 금융권 종사자 송가영(가명·30)씨는 평일 근무가 끝나면 집으로 곧장 향하는 대신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크로스핏박스(체육관)로 발걸음을 옮긴다. 대학 시절부터 꾸준히 수영·헬스를 하며 체력을 유지해온 송씨지만 크로스핏을 시작한 후로는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힘든 상황'을 종종 경험했다. 지난 1974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시작된 크로스핏은 인체 모든 영역의 체력을 발달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개인에게 주어진 목표치가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매일 같이 주어진 '그날의 운동'이라는 뜻의 '와드(WOD)'는 적어도 두 가지 이상의 운동 프로그램을 제한된 시간 내 수행하도록 짜여 있다.
가령 바벨을 어깨에 걸고 일어나는 '프론트스쿼트'와 어깨에 놓인 바벨을 정수리 위로 뻗어 들어올리는 '푸시 프레스'를 몇 분 동안 몇 개 반복해야 한다고 지정해두는 식이다. 동작이 몸에 익숙해져 운동 효과가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그날의 운동'은 횟수를 거듭할 때마다 난이도가 높아진다.
서울 강남 지역에서 크로스핏을 즐긴다는 박지원(35)씨는 "크로스핏을 함께 하는 사람들끼리 운동을 통해 돈독한 커뮤니티를 만들어간다는 점도 매력"이라고 귀띔했다. 가격은 1회 수업에 7만~8만원 수준으로 헬스장에서 받는 퍼스널트레이닝(PT)보다 좀 더 비싸다.
최근에는 크로스핏을 즐기는 이들이 자신의 한계를 시험해볼 수 있는 장도 마련됐다. 전국의 총 14개 크로스핏박스를 후원하고 있는 리복은 11월 초 이색 장애물 경기인 '리복 스파르탄 레이스 코리아'를 열었다. 이 대회 참가자 2,000여명은 약 5㎞ 코스에 설치된 진흙 구르기, 진흙 철조망 통과, 밧줄 타고 오르기, 샌드백 옮기기, 장벽 뛰어넘기 등 다양한 난관을 넘으며 인내심과 체력을 시험했다.
유럽 알프스의 험준한 산을 오르는 암벽등반에서 유래한 볼더링도 땀을 뻘뻘 흘릴 수밖에 없는 개미형 운동 중 하나다. 빙하가 운반한 퇴적지의 큰 바위를 가리키는 '볼더'를 떠올린다면 운동방식을 대번에 짐작할 수 있다. 사람보다 덩치가 큰 바위를 특별한 장비나 보호장치 없이 암벽화를 신고 초크를 담은 주머니 하나만 찬 상태로 오르는 볼더링은 정복하기 까다롭다. 하지만 근력은 물론 순발력과 민첩성을 고루 발달시킬 수 있는데다 바위를 오르며 느끼는 성취감은 다른 어떤 운동보다 높다는 게 마니아들의 전언이다. 볼더링은 비와 눈만 피한다면 추운 날씨에도 상관없지만 최근에는 실내에서 볼더링을 즐길 수 있는 곳이 늘어나 볼더링 마니아들은 사시사철 벽을 타고 오른다. 평소에는 집 근처 실내암장에서 볼더링을 반복적으로 연습한다는 김원종(43)씨는 "균형 잡힌 몸을 만들 수 있다는 게 볼더링의 장점"이라며 "실내에서 연습할 때도 재미있지만 탁 트인 산속에서 한 걸음씩 바위를 타고 올라갈 때 느끼는 희열은 해본 사람만 안다"며 극찬했다.
자연 바위를 이용한 볼더링은 등산이나 캠핑과 연계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볼더링 시장에 주목하는 이유다. 고어코리아와 노스페이스·아디다스 등 스포츠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수년 전부터 매년 볼더링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실내 암장에서 강습을 받으려면 월 10만~15만원선이 들고 장비는 특별히 필요 없어도 등산복이나 암벽화를 구입하는 데 추가 비용이 들어간다. 개미형 운동보다 상대적으로 거칠지 않다는 점이 '베짱이형' 운동의 특징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몸을 아예 움직이지 않는 것은 아니다. 체력소모가 덜 하면서도 효율적으로 지방을 태운다는 것이 베짱이형 운동의 장점으로 특별한 기구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고저압력과 유산소운동을 결합한 하이폭시는 마치 우주선처럼 생긴 기구 속으로 들어가는 대표적인 '베짱이형' 운동이다.
오스트리아의 스포츠 과학자 노베르트 에거가 고안한 이 기구는 신체 여러 부분 가운데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고 체온이 낮은 하복부의 체온을 높이고 운동량을 집중시켜 체지방을 손쉽게 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특징이다. 진공과 압력, 지방연소 운동을 번갈아 하는 하이폭시는 일주일에 3회, 30분씩만 해도 일반 헬스에 비해 3배 이상의 체지방 감소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단점은 다소 비싼 가격(24회 기준 240만원)이다. 현재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하이폭시는 오는 16일 서울 청담동에 단독 스튜디오를 연다.
천장에 해먹을 매달고 필라테스와 요가 동작을 하는 플라잉 요가도 중력을 이용한 베짱이형 운동에 속한다. 공중에 매달린 채 움직여야 하는 운동이기 때문에 일반 요가보다 척추와 골반 교정이 잘 된다는 것이 장점이다. 허리나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고 잔근육을 모두 쓸 수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4년 전부터 일반 요가를 하다 최근 플라잉요가로 바꿨다는 대학생 서윤주(22)씨는 "공중에 떠 있는 게 생각보다 무서웠지만 땅에서 하는 요가보다 체형 교정 효과가 훨씬 좋은 것 같다"고 전했다.
마이크로 트레이닝은 100Hz 미만의 저주파 펄스 전기 신호를 전달하는 특수 수트를 입고 특정 자세만 유지하면 운동이 된다. 근육을 이루는 섬유질을 자극해 주 1회 20분만 투자해도 6시간 운동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으면서 근력 운동이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가격은 회당 6만~10만원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