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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0년 5월 서울 강남의 야후코리아 사무실. 미국에서 건너온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구글의 인터넷 검색엔진 구조를 설명하며 협조를 부탁했다. 한 달 후 초기 기업이던 구글은 인터넷의 절대 강자였던 야후의 기본검색 공급자로 선정됐다.
그로부터 14년이 지난 지난달 19일 기자는 미국 캘리포니아를 방문했다. 2006년 한 해를 그곳에서 보냈고 2012년 이후 매년 찾았던 곳이지만 올해는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우후죽순 등장하는 모바일 기반의 서비스에 기존 오프라인 산업이 하나둘씩 흔들리는 모습이 뚜렷했다.
기자도 숙소를 찾을 때 모텔과 함께 에어비앤비를 검색했고 택시 대신 우버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했다. 내비게이션보다는 구글맵을 보면서 차를 몰았고 도로 위에서는 테슬라(전기차)가 보였다. 스타벅스에서는 앱으로 커피를 샀고 버거킹에서는 125가지 음료를 입맛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코카콜라 프리스타일 자판기를 이용했다. 식당과 가게는 옐프 앱을 통해 사용자의 평가를 본 후 선택했고 일부 식당은 앱으로 메뉴를 확인한 후 미리 주문까지 할 수 있었다. 아마존의 당일 배송 서비스가 시작됐기 때문인지 주말에 가본 세이프웨이(슈퍼마켓)도 예전만큼 붐비지 않았다.
기자가 지난해 5월 이후 1년 만에 다시 찾은 캘리포니아지만 체감하는 변화의 폭은 상당했다. 오프라인 서비스가 모바일로 업그레이드되면서 일상 곳곳에 스며들었다. IMF 외환위기 때 삼성전자를 그만두고 샌프란시스코로 건너가 여러 번 창업에 성공한 박성파 엔지니어는 "우버와 에어비앤비의 등장은 드디어 사람들이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반의 모바일 서비스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신호"라며 "오프라인에서 제공되던 서비스들이 모바일로 빠르게 넘어가면서 전세계를 대상으로 한 엄청난 서비스들이 본격적으로 쏟아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사실 실리콘밸리에서 시작한 모바일 서비스의 쓰나미는 이미 전세계를 휩쓸고 있다. 달러로 세계 경제를 흔들던 미국이 이제는 모바일 서비스 플랫폼을 통해 세계 시장의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세계 각국이 물건을 사고팔 때 달러를 내야 했지만 앞으로는 미국이 제공하는 서비스 플랫폼까지 이용해야 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는 의미다.
익명을 요구한 글로벌 SNS 기업의 한 엔지니어는 "구글·페이스북·아마존 등 디지털 자이언트들은 사용자 중심의 마인드로 서비스 영역을 넓혀가며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며 "이들 기업이 과도할 정도의 돈을 주고 신생 기업을 인수하는 것은 플랫폼의 경쟁력을 단기간에 강화해 결국에는 전세계 사용자들이 자신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만드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모바일로 대표되는 IT가 산업 지도를 새롭게 그려나가는 가운데 한국 기업들도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한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카카오톡의 변신이 그중 하나다. 그리고 성남 판교테크노밸리에 있는 700여개의 IT 기업들은 국내외 플랫폼 구축과 시장 선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인혁 보스턴컨설팅그룹(BCG) 파트너는 "지금은 디지털의 선사시대로 더 많은 서비스 플랫폼이 나오고 이들 플랫폼을 묶는 플랫폼이 등장해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며 "한국도 기존 제조업에 소프트웨어를 더해 플랫폼으로 키우고 이제 막 시장이 열리는 모바일 쪽에서 새로운 서비스 영역을 개척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진단했다. /샌프란시스코=우승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