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국내 ETF 순자산은 18조1,597억원이다. 삼성자산운용이 10조1,805억원으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이 각각 3조3,884억원, 1조1,187억원으로 2, 3위를 기록했다. 이들 톱3를 포함해 5개 운용사만이 올해 1,000억원 이상의 순자산 증가를 기록했다.
반면 ETF 사업자 16곳 중 나머지 11개 운용사들의 상황은 딴판이다. 뒤늦게 시장에 뛰어든 데다 상품 수나 종류, 브랜드 인지도에서 시장 선점회사들에 뒤진 탓에 올해 순자산이 오히려 줄어들거나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ETF 후발 주자로 지난해 신규상품 출시와 보수인하, 브랜드명 변경 등 대대적인 마케팅에 들어갔던 한화운용은 ETF 순자산이 오히려 연초 대비 1,900억원 줄었다.
대형사의 공격적인 전략에도 불구하고 시장 진입이 만만치 않았다는 이야기다. 올해 들어서는 유사 ETF에 대한 중복 상장이 엄격하게 제한되고 있는 상황에서 상장심사비 500만원 조항이 새로 생겨 중소형사들의 부담은 한층 커졌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5월 ETF 관련 상장시행세칙을 개정하면서 그동안 일반 종목 상장에만 적용됐던 상장심사 수수료를 ETF까지 확대해 500만원을 부과하고 있다.
운용사 입장에서는 ETF 상장 규모 요건이 50억원에서 70억원으로 늘어난 데다 중복되지 않는 새 지수ㆍ상품 개발 등에 주력하며 규모를 키워야 하는 상황에서는 상장 심사비도 무시 못할 부담이다. 한 중소형자산운용사 상품팀 관계자는 “시장 선점자들이 웬만한 지수를 활용한 ETF를 내놓았기 때문에, 후발주자들은 새로운 지수나 상품 개발과 관련 비용에 대한 부담이 커진 상황”이라며 “후발주자들도 함께 뛸 수 있는 여건을 어느 정도 마련해 줘야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진입해 시장을 키우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한국거래소측은 “상장심사 수수료의 경우 모든 상장종목에 부과되는 금액으로, 그동안 ETF 시장 성장을 위해 면제했던 부분”이라며 “최근 강화된 요건들이 일부 운용사에게는 부담으로 느껴질 수 있겠지만, ETF 구조가 점점 복잡해지면서 상장 심사에 소요되는 시간이나 인력도 더욱 늘어났고 투자자들의 관심도 커진 점에서 불가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