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선진국 국채수익률 뚝뚝… 일본식 장기불황 우려 커져

세계경제 펀더멘털 약화 우려에 지정학적 리스크도 불거지며<br>글로벌자금 안전자산으로 몰려<br>獨 10년물 사상 첫 1% 밑돌아… 美·日도 14개월·16개월만에 최저


글로벌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미국·독일·일본 등 선진국의 국채로 투자가들이 몰려들고 있다. 10년물 독일 국채의 수익률은 사상 최초로 1% 밑으로 떨어졌으며 미국과 일본의 10년물 국채도 각각 14개월, 16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되는 가운데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의 2·4분기 제로성장에서 나타나듯 허약한 세계 경제의 펀더멘털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짙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17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이었던 15일 독일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전날보다 6bp(1bp=0.01%) 떨어진 0.95%로 거래를 마쳤다. 같은 날 미국 10년물은 6bp 떨어져 지난해 6월 이후 1년2개월 만에 처음으로 2.3%대로 하락했다. 일본 국채 10년물도 이날 장중 한때 0.495%까지 수익률이 떨어지며 16개월 만에 처음으로 0.5%를 하회했다. 수익률 하락은 채권 가격이 상승했음을 의미한다.

글로벌 투자가들을 안전자산으로 돌리게 만든 이슈는 우크라이나 사태다. 우크라이나 정부군 대변인이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친러 반군 세력 지원을 위해) 자국 영토에 진입했던 러시아 군용 차량 대부분을 지난주 초 파괴했다"고 밝히면서 이 지역을 둘러싼 긴장감이 다시금 고조됐다. 만약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지난해 11월 이후 계속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직접적 군사 충돌로까지 확전될 수 있을 만한 심각한 사안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번 일을 러시아의 반군 지원에 대항하기 위한 '통상적 사건'으로 애써 의미를 축소시키려고 하는 등 사태 악화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 또한 "러시아 전투원과 무기가 계속해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면서도 '침략'이라는 단어 대신 '진입'이라는 표현을 썼다. 러시아 정부는 성명을 통해 "국경을 넘어간 군용 차량이 없다. 우크라이나 정부의 주장은 환상에 불과하다"고 하는 등 사건 자체를 부인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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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프랑스·독일 등 4개국 외무장관은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 방안 논의를 위해 17일 독일 베를린에서 '예정대로' 회동을 진행했다. 지난달 중순 말레이시아 여객기 피격 사건 이후 잠시 물꼬가 막혔던 협상 테이블이 다시금 마련되는 등 우크라이나 정부의 '러시아 차량 파괴' 사건은 단기 악재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미 전략정보 분석업체인 스트랫포의 심 택 군사담당 애널리스트는 "지난 금요일(15일) 사건은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발생한 여러 통상적 행위 이상의 의미까지 나아가지 않을 것"이라며 "(러시아의 반군 지원용) 차량 호송은 최근 몇 주간 지속돼왔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경제의 취약성도 투자가들을 동요하게 만들고 있다. 독일이 2·4분기 2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세(-0.2%)로 추락하고 유로존 전체도 제로성장에 그쳤다. 일본 역시 4월에 단행한 소비세 인상 여파로 2011년 이후 최악의 2·4분기 경제성장률(-6.8%)를 기록했다. 미국은 "만성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래리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의 경고처럼 회복에 대한 확실한 믿음을 주기에 역부족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미 프린스턴대 교수는 뉴욕타임스(NYT)에 '영구적 침체(The forever slump)'라는 도발적 제목의 기고를 통해 최근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금리 조기 인상론'에 반대하고 나섰다. 그는 "유럽이 2011년 섣불리 금리인상을 단행함으로써 '잃어버린 10년'으로 그치기만 해도 다행인 디플레이션 우려를 겪고 있다"며 "미국은 유럽의 과오로부터 배워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5일의 국채 수익률 하락은) 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하나의 요인이 될 수도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잠재적 경제성장률의 약화에 있다"며 "일본과 미국·유럽은 초저금리 기조가 기업의 자본투자로 연결되지 못하면서 임금 및 물가의 오름세가 더디다는 공통된 문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신(新)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군들라흐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투자가들은 보다 안전한 자산을 찾고 있다"며 "다른 채권에 비해 매력적인 미 국채 수익률이 2.20%대까지 내려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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