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30분만에… 개미반란 없이 원안 뚝딱

■ 주총 빅데이<br>외환은행 노조 반대도<br>찻잔 속 태풍에 그쳐

15일 하나금융지주 주주총회가 열린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간 주식교환 문제로 외환은행 노조 등의 반발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이들 두 회사 가운데 어느 한 곳에서라도 안건이 부결되거나 주주의 반대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서면 주식교환이 전면 무효가 되는 상황. 특히 외환은행 노조 측이 “주식교환은 5년간 외환은행의 독립경영을 유지하겠다는 약속을 저버린 사실상 합병”이라며 강력히 반대 뜻을 밝히고 있어 혹시 모를 물리적 충돌까지 우려됐다.

정작 주주총회가 열리자 상황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됐다. 한 때 외환은행 노조 측에서 작심하고 따지듯 질문하기도 했으나 주주들로부터 압도적 찬성을 이끌어내며 외환은행과의 주식교환을 성사시켰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주총 결의와 관련해 임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이란 제목의 서신에서 “오늘의 (주식교환) 결의는 미래 불확실성 해소로 금융그룹 전체의 가치를 상승시키는 전기가 될 것”이라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동의 미래에 대한 모두의 임임과 서로에 대한 신뢰”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주식교환에도 불구하고 2012년의 ‘2ㆍ17 합의서’는 어떤 영향도 받지 않을 것”이라며 합의 정신을 존중한다는 약속을 재차 강조했다.

149개 상장회사의 주총이 열린 ‘주총 빅데이’에서 전개된 회사 측과 주주간의 대결구도는 결국 골리앗(회사)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다. 당초 우려됐던 소액주주의 반란은 ‘찻잔 속 태풍’에 머물렀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날 주주총회를 개최한 149개 기업 가운데 주식교환으로 외환은행 노조 측 반발이 예상됐던 하나금융지주와 회사 분리로 소액주주의 반란이 점쳐지던 동아쏘시오홀딩스 등의 주총은 별 다른 문제 없이 조용히 마무리됐다. 하나금융지주의 경우 주주들의 압도적 지지 속에 외환은행과의 주식교환 안건을 통과시켰고 동아쏘시오홀딩스도 이날 용신동 본사 강당에서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재무제표 승인과 정관 일부 변경 등 4개 안건을 상정해 모두 원안대로 승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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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주요 기업들도 마찬가지로 별다른 의견 충돌 없이 상정된 안건들이 모두 일사천리로 의결됐다. 대부분 주총이 끝나는데 걸린 시간이 30분도 채 넘지 않을 정도다. 실제로 이날 양재동 사옥에서 열린 현대자동차 주총에서는 상정된 안건들이 주주들의 “원안대로 통과“, ‘재청한다“는 외침 속에 속전속결로 처리됐다. 의장인 김충호 사장이 인사말을 낭독하는 시간을 포함해 개회에서 폐회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25분 남짓이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회사 경영실적이 좋았기 때문에 상정된 안건에 대해 이렇다 할 반대 목소리가 나올 여지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LG전자 주주총회도 정도현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주재 아래 25분 만에 끝났다. 삼성중공업과 한진해운 등의 주총도 30여분 만에 폐회가 선언됐다. 서초사옥에서 진행된 삼성전자 주주총회는 상정된 모든 안건이 주주들의 반대 없이 통과되면서 1시간여 만에 마무리됐다.

한편 과거에는 많은 업체들이 주총을 찾은 주주들에게 기념품을 지급하는 게 관행이었지만 올해 대부분의 업체들은 기념품을 제공하지 않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여러 회사의 주식을 1주 정도씩 갖고 주총 장소를 돌아다니며 줄을 서 기념품을 받아가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며 “최근 들어 많은 회사들에서는 이 같은 촌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선물 증정을 중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임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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