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미국·일본 방위협력지침, '제3국 주권 존중' 명시했지만… 언제든 한반도 상륙 가능해 논란

■ 미국·일본 방위협력지침 합의… 자위대 작전영역 전세계로 확대<br>"어떤 경우도 협력" 찰떡공조에 한국 고립 심화<br>北·中·러 자극 동북아 신냉전 구도 펼쳐질수도<br>美, 한국에 삼각동맹 압박 땐 대중무역 타격 우려


'예상보다 강도가 훨씬 세다'. 미국과 일본이 27일 공동발표한 새로운 방위협력지침에 대해 전문가들은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신안보 가이드라인의 두 가지 골자인 △미일 협력의 지리적 범위 확대와 △도서 방위(센카쿠열도) 조항 자체보다 더 주목되는 점은 '미국과 일본은 어떠한 경우에도 협력한다'는 조항이다.

미일 양국이 찰떡 공조를 과시하는 듯한 이 조항을 바탕으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거침없는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미국의 대중국 견제 필요에서 시작된 미일 공조가 지역 안보에 예상치 못한 풍랑을 낳을 수 있다는 점. 당장 한국의 선택이 더욱 애매해졌다. 미국이 주도하는 한미일 공조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지만 필연적으로 북한과 중국, 러시아를 자극해 동북아에 신냉전 구도가 펼쳐질 수도 있다. 중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군비 경쟁이 펼쳐질 경우 한국의 재정압박이 우려된다. 당장 미국이 용인하는 한 활동 무대가 전 세계로 넓어진 일본이 유사시 한반도로 진입하는 문제를 놓고 논란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일본 편들기 노골화?=예상보다 강도가 센 신가이드라인에 양국이 합의한 사실은 미국의 친일 성향이 한국인들이 느끼는 것보다 강하다는 점을 말해준다.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정무차관 등 미국 고위관리들이 '편협한 민족주의'를 배격하며 '미래를 향해 나가자'라고 강조했던 점 역시 계산된 발언이었을 수도 있다. 앞으로 한일 간 갈등 시 미국의 판단이 어디로 흐를지 예상하게 만들어주는 대목이다. 과연 미국이 일본의 폭주를 어디까지 용인할 수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하나 있다. 미국을 방문 중인 아베 일본 총리가 상하원 합동연설 등에서 과거사에 대해 어느 정도 수위의 반성 발언을 할 것인지가 눈여겨볼 대상이다. 반성 발언의 수위가 기대에 못 미치는 데도 미일 공조가 진행된다면 한국 정부는 더욱 곤경에 빠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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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력 확충, 날개 단 일본=미국은 자기 돈 들이지 않고도 일본을 내세워 떠오르는 중국에 대한 방어망을 구축할 수 있는 이익을 얻었다. 최대의 승자는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추진하는 아베 총리. 미국과 협력한다는 꼬리표가 붙었지만 일본은 지구촌 어디라도 자위대를 보낼 수 있게 됐다. 길게 보면 태평양전쟁 이전, 짧게는 전 나카소네 총리가 '1,000해리 전수방어'와 '일본 열도 불침항모론'을 주창했던 1980년대 초 일본 우익의 염원이 이뤄진 셈이다. 변수로는 사실상 평화헌법을 포기하려는 아베에 대한 일본 내부의 반발 정도가 꼽힌다.

◇자위대, 한반도 상륙 논란=반대로 한국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전 세계로 작전범위를 넓힌 상황에서 집단자위권을 내세워 앞마당인 한반도에 진주할 수 있다는 점을 둘러싸고 국내 논쟁이 다시금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미일 양국은 이런 우려를 의식해 한국을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제3국의 주권에 대한 완전한 존중'이라는 표현을 포함시켰다. 정부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미일 양국이 자위대의 한반도 영역 진입 시 한국의 동의를 명확하게 했다"고 해석하지만 정반대의 시각도 상존한다. 압도적인 힘을 가졌을 경우 힘의 논리만 존재할 뿐 무력행사에 앞서 제3자의 동의를 구했던 역사적 사례가 없다는 것이다.

◇정부, 어떻게 대응할까=한반도 유사시 한미연합사령관이 선포하는 '한반도 전쟁수역'에 일본 해상자위대가 들어올 수 있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전 세계적으로 통상전에서 우주전·사이버전쟁까지 포괄적으로 협력하기로 약속한 마당에 미군 함정이 위험에 빠질 경우 자위대 함정의 자연스러운 진입이 예상된다. 더욱이 주일미군 기지 가운데 7곳이 유엔사 후방기지로 지정돼 있어 유엔군 사령관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물자와 인원이 언제든지 한반도로 투입될 수 있다. 미군을 후방 지원하는 자위대 병력과 물자가 들어올 가능성도 높다. 우리 정부는 이에 대해 상황을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자위대의 진입 가능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상황을 설정해 한국과 미국, 미국과 일본이 추가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외교, 국민 감정, 경제 3중고=무엇보다 우려되는 대목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찾아올 수 있다는 점. 우선 외교적으로 고립되는 모양새다. 미일 찰떡 공조 사이에 어중간하고 중일 화해 분위기에서도 벗어나 있는 한국의 입장이 고립무원이다. 그렇다고 미국의 입장을 감안해 일본의 군사대국을 눈감거나 협력할 경우 국민 감정 악화로 정치권이 요동할 수도 있다. 한층 강해진 미일 안보협력을 구성 요소의 하나로 한미일 삼각동맹에의 적극적인 참여를 압박 받은 상황은 경제 난국을 심화시킬 수도 있다. 안보와 경제를 분리하거나 강대국 간 틈바구니에서 균형 외교를 지향한다는 전략이 무의미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 중국과 관계가 벌어질 경우 전제 무역의 25%, 무역수지 흑자 총액보다 많은 흑자를 기록하는 대중국 무역의 타격이 예상된다. 내수가 극도로 침체된 가운데 수출에 의존하는 경제구조에서 한국은 난감한 처지로 빠져들고 있다.


권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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