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포커·MD사 몰락의 교훈/정석화 미 시세로스틸 사장(특별기고)

◎기술축적 과신 “좌초”… 시장개발 병행했어야○쓰러진 항공산업의 별 지난해 우리는 세계항공산업사상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두 항공기 제작사가 쓰러지는 모습을 목격하면서 기술개발과 그 축적만이 기업의 존립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는 교훈을 실감했다. 비슷한 교훈을 가까이는 컴퓨터 업계의 두 젊은 거성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에서 얻을 수 있다. 매킨토시를 창안한 잡스는 그의 천재적인 두뇌를 상업화하는데까지 미치지 못해 끝내 좌절의 아픔을 겪은데 비해 게이츠는 전 세계를 상대로 하는 시장개발과 판매망 조직을 근거로 성공을 거뒀다. 포커와 맥도널 더글러스(MD)사는 항공산업계에서 빛나는 공헌을 하고 이제 그 운명을 다하는 벼랑끝에 함께 서게 되었다. 오랫동안 끌어오던 한국 기업과의 인수매각 상담이 끊어진 포커사는 지난해 연말 사망선고를 받은 바나 다름이 없고 또 미국정부의 군비삭감으로 오랫동안 시달려 오던 MD역시 미국방성의 최신형 조인트 스트라이크 전투기 입찰심사과정에서 탈락되자 그 즉시 보잉사에 요청, 매각 합병키로 합의를 본 것이다. 지난해 12월10일 MD사의 스톤사이퍼 사장이 시애틀로 날아가 보잉의 콧디트 회장과 만남으로 전격 결정되었다. 1890년 당시 네덜란드영이던 자바섬에서 출생한 앤터니 포커는 고국인 네덜란드로 돌아와 어릴 적부터의 꿈인 자신의 항공기 제작 공장을 부유한 아버지의 도움으로 1911년 맨처음 제작한 것이 보잘것 없는 단엽기 스핀이었다. 비둘기의 뒷날개를 연상하여 만든 이 스핀기는 뒷날개에 좌우방향을 조절하는 라더가 없고 대신 새의 뒷날개처럼 수평날개의 양끝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이 스핀기가 예상 외로 성공을 거두자 독일 정부에서는 포커를 초청, 독일에서 제작공장을 운영하다 1차 대전이 끝난 1919년 독일을 떠났다. ○작년에 이미 사망선고 포커는 초창기 최첨단 품종을 생산했는데 독일 뿐만 아니라 프랑스, 핀랜드, 러시아, 스웨던, 노르웨이, 덴마크 등 유럽 전역과 일본, 미국등 수많은 국가들로부터 주문이 쇄도, 회사는 날로 번창했다. 중일전쟁때 일본이 사용한 전투정찰기인 「나카지마 3식」은 바로 이 포커사가 설계제작한 V9기 그대로 였다. 이 「나카지마 3식」기는 초창기 우리나라에서도 사용했고 최원로 비행사인 「안창남」 「김영수」 등이 당시 최대 거부 문명기의 도움으로 조선과 만주를 잇는 항로에 활용되기도 했다. 포커의 수많은 작품중에서 특기할만 한 것은 60년대 우리나라의 하늘을 날던 F27을 비롯, F50·70·100 등의 여객기와 미국정부와 계약생산으로 제작한 나토공군용 F104, F16 등의 전투기이다. 또 포커사는 미국 대륙에 항공기사업을 추진했으며 그것이 지금 세계 항공산업계에서 손꼽는 로크웰 인터내셔널의 시초이다. 포커가 지니고 있는 기술축적은 너무나 방대하고 다양해 항공기술의 보고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을 우리가 그대로 인수한다면 그야말로 항공사의 일부를 우리가 얻는거나 다름 없는 셈이다. MD사 역시 세계항공사에 중대한 발자취를 남긴 탁월한 기업이었다. 처음에는 맥도널항공과 더글러스항공이 별도로 탄생 성장했으나 67년에 두 회사가 합병, 「맥도널 더글러스」가 되었고 이제 또 다시 보잉에 흡수되어 「보잉」사로 그 이름을 바꾸게 될 운명에 처해 있다. ○보잉사에 합병 수모도 더글러스가 항공사에 기여한 공로는 참으로 크다. 더글러스는 맥도널보다 거의 20여년이나 앞서 시작한 전통 항공기업이었다. 미해군사관학교와 MIT에서 공부한 도널드 더글러스는 당대의 세계적인 석학인 폰 카먼 교수의 감화와 권유로 20년전 6백달러의 자본으로 소규모 항공기제작 사업을 시작한 것이 더글러스사의 시초였다. 폰 카먼 교수는 헝가리 태생으로 독일 괴팅겐 연구소에 근무하다 미국으로 건너와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의 교수로 재직하면서 유체및 고체력학의 선구자로 많은 학문적 업적을 낳았고 탁월한 후진도 많았다. 그의 제자중 「전학림」은 중국 로켓개발의 선구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더글러스항공은 창업 초기부터 미육군과 해군에 군용기 납품을 주업종으로 성장했다. 복엽기 DT 1·2·3기 등을 위시하여 DC 1에서 9기와 우리가 잘아는 DC 10기까지의 모든 기종은 미국여객기의 역사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DC 3기는 우리공군에서 C 46기로 오랫동안 애용했고 가장 우수한 프로펠러수송기로 항공사에 길이 평가되고 있다. 더글러스가 75세 되던 해인 67년 후진인 제임스 맥도널에게 회사를 매각 합병하여 오늘날의 MD사가 되었다. 한편 제임스 맥도널은 프린스턴과 MIT에서 공부를 마치고 미육군조종사로 근무한 후 38년에 항공기 부품제작 납품업을 시작한 것이 맥도널항공의 시초였다. 43년 미해군과 최초의 제트전투기 설계계약을 맺게 되었고 그후 본격적인 제트항공시대에 진입하여 선구적인 역할을 했다. 해군용 F2H1,2호기, 공군용 F101기등의 작품을 창작했고 67년후에는 MD사로 개명, A4기와 AV8해리어기 등을 제작했다. 또 근래에는 F15와 F18기를 내놓아 미해군의 최정예 전투기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 더글러스를 인수한 맥도널은 이제 2세 회장인 존 맥도널대에 와서 이름조차 없어지고 보잉사에 합병되는 비운을 맞게 된 것이다. 그 많은 업적을 남기고 역사의 한모퉁이로 밀려 영원히 없어질 포커항공과 숙명적인 찬바람에 시달리다 합병의 비국을 마다않고 선택한 MD를 지켜보는 우리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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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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