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포럼] ITU 전권회의로 한국 IT 재도약하려면

백기승 한국인터넷진흥원장


지난 20일 부산 벡스코에서 '2014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전권회의' 개막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은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으로 가속화되고 있는 초연결 디지털 혁명의 혜택이 모든 인류사회에 전달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협력해달라"고 당부했다. 하루 앞서 열린 ICT장관회의에 참석한 52개국 장·차관들은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제안한 'ICT로 인간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자'는 취지의 공동 선언문을 채택했다.

인본주의 인터넷 구현 방향 제시


한국이 ITU회의 개최국이자 의장국으로서 ICT 분야의 기술적 논의를 넘어 비기술적 이슈까지 아우르는 '인류 공통의 가치'를 국제사회가 공유하고 이에 협력하자고 처음 제안한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은 인터넷 강국임을 자랑했다. 그러나 글로벌 거버넌스 관련 이슈에서는 주도적인 위상을 갖지 못했다.

한국이 ITU와 ICT장관회의를 통해 '인본적 관점'을 제안할 수 있었던 데는 유구한 역사에 녹아 있는 성찰과 경험의 역할이 컸다. 또 인터넷 생태계 변화로 파생되는 여러 도전과제에 대해 어느 나라보다 앞서 체험하고 해법을 고민한 만큼 깊이 있는 이해와 실효성 있는 대안 제시가 가능하다는 자신감이 녹아 있다.

인터넷 세상에서 인류가 풀어야 할 과제는 크게 '사이버 공간의 질서를 형성할 새로운 가치' 그리고 '국가 간, 지역 간 정보격차 해소와 사이버 위협에 대한 글로벌 대응체계 확립'을 꼽을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이 이런 과제의 해법을 제시하고 인터넷을 통해 다시 도약할 수 있는 추진력을 얻기 위해 필요한 전략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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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미래 인터넷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비기술적 분야에서 개별적·파편적으로 존재하는 이슈를 모두 담을 수 있는 인터넷의 근본적 가치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주도해가는 것이다. 다만 휴머니즘이라는 이상을 펼치고 인터넷 기술진보의 부작용을 치유하는 일은 한국만의 힘으로는 버겁다. 그렇기 때문에 각각의 거버넌스 그룹 이해 관계자들과 자연스럽게 접점을 찾을 수 있는 '인본주의 인터넷 연합' 같은 판을 짜는 것이 보다 자연스럽게 의기투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전략 중 하나다. 인터넷 가치 기준을 물리적 성취보다 '인본(휴머니즘)'에 두면 인간중심의 이용과 소통을 확대할 수 있다.

또 하나의 전략은 국가 간, 지역 간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노하우를 공유하는 것이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다양한 사이버위협을 경험하며 모두가 인정하는 최고의 '정보보호' 대응역량을 갖췄다.

정보격차 해소·보안 공조 앞장서야

가장 잘하고 앞서 있으며 세계가 인정하고 필요로 하는 것을 국제사회와 공유하는 전략은 새로운 협력관계를 만드는 데 매우 유효하다. 이를 위해 한국이 주도하는 '사이버보안 협력 벨트'같이 정보와 기술과 제품을 공유하는 장을 마련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사이버위협에 대한 글로벌 대응체계를 갖추는 전략이 필요하다. 글로벌 협력은 복잡하고 다양한 이해관계를 잘 관리해 강력한 시너지 효과가 나도록 해야 한다. 이를 한국이 주도하려면 경험이 많은 한국 스태프들을 국제기구에 적극 진출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들이 국제사회의 정책과 표준을 주도해나간다면 글로벌 미래 인터넷 시장에서 우리의 영향력도 훨씬 강화될 것임이 분명하다.

한국이 '인본주의 인터넷 구현'이라는 시대적 가치를 국제사회와 공통 관심사로 만들고 잘 관리해나가면서 국가 간 정보격차와 사이버보안 공조 이슈 등의 이해 조정자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한다면 제2의 인터넷 도약이라는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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