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삼성 사원채용 직무적합성 평가 제대로 시행하길

삼성그룹이 열린 채용제도를 도입한 지 20년 만에 대졸채용제도를 확 바꾼다. 5일 삼성이 발표한 채용제도 개편안은 직무적합성 평가와 창의성 면접을 새로 도입하는 게 핵심이다. 직무적합성 평가는 직군별로 필요한 직무역량을 평가하는 것으로 출신대나 어학연수 경력 등 직무와 무관한 스펙은 일절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창의성 면접의 경우 면접위원과의 토론을 통해 지원자의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논리전개 능력을 평가한다고 한다.

새 개편안이 내년 하반기부터 실시되면 1995년 도입 당시 국내 산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줬던 열린 채용처럼 다른 기업의 채용방식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편안은 시험 위주의 획일적 채용방식을 개선하려는 시도로 직무별로 필요한 특성과 직무역량에 적합한 인재를 뽑으려는 목적에서 마련됐다. 영업직의 경우 사교성·팀워크를, 소프트웨어 직군은 프로그래밍 개발 능력을 평가하는 식이다.



이처럼 하고 싶은 직무를 성실히 준비한 우수 인력을 선발하면 그만큼 일에 대한 적응력도 빠르고 직무 만족감도 높아질 것이다. 무엇보다 삼성의 개편안이 주목되는 이유는 삼성직무적성검사(SSAT) 실시 전에 직무적합성 평가를 추가함으로써 사회적 비용 감소가 기대된다는 점이다. 삼성의 공채 필기시험인 SSAT에는 매년 20만여명의 지원자가 몰리면서 사교육 시장이 형성되는 등 부작용이 크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삼성의 새 개편안이 기대에 부응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게 사실이다. 벌써 직무적합성 평가를 두고 서류전형 부활이 아니냐는 소리가 들린다. 서류 형태로 직무 에세이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취업준비생에게 서류전형과 다를 바 없는 부담을 주고 자칫 신규 사교육 시장을 키울 수 있다는 걱정이다. '스펙 초월' 채용이 제대로 이뤄질지에 대한 불신도 여전하다. 이런 우려를 극복하는 길은 촘촘한 준비를 거쳐 도입 취지에 맞게 실천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