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신년특집] 서울.평양에 '통일은행' 꿈 아니다

1999년 새해, 남북금융 협력의 힘찬 고동이 울린다.분단 이후 54년만에 처음으로 본격적인 남북 금융협력이 기대되고 있는 것이다. 금융협력은 지금까지의 극도로 제한된 남북경협에서 조차도 포함되지 않은 사안. 그만큼 미개척 분야로 남아 있고 할 일도 많다. 교류가 거의 없었던 금융협력에 기대를 거는 것은 금융교류의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 일단 남북 금융교류의 물꼬가 터지면 경제 전반에 걸친 교류는 더욱 가속될 전망이다. 남북간 금융협력은 서로의 장단점을 보완하며 상호 이익을 극대화하는 촉매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본격적인 남북금융협력의 길은 멀고 험난하다. 금융체제나 금융기관의 역할도 체제 차이만큼 다르다. 더욱이 외환위기 이후 남북 모두 경제 사정도 좋지 않아 금융협력에까지 신경 쓸 여유도 적어졌다. ◇99년을 남북금융 교류의 원년으로 =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가 과거보다 한결 나아지고 있는 건 분명한 사실. 국민정부 이후 일관된 대북정책으로 어려운 여건에서도 교류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금강산관광이 대표적인 사례. 지난해 11월18일은 남북교류사에서 획기적인 이정표가 세워진 날이다. 현대의 금강산관광사업으로 대북투자 1,000만달러 상한 제약이 풀렸다. 현대가 금강산 개발사업과 장기이용권의 댓가로 북한에 제공한 9억6,000만달러도 그동안의 남북경협의 규모를 감안할 때 천문학적인 금액이다. 당장은 제한적이고 조건부지만 돈과 사람이 끊임없이 오가다 보면 자연스레 금융수요도 발생한다. 올해가 남북금융협력의 원년으로 기대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행스럽게 북한도 서서이 변하는 조짐이다. 북한은 지난해말 국제통화기금(IMF)에 가입할 의사를 비공식적으로 타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이 IMF에 가입한다면 파급효과가 막대하다. 북한의 세계기구 가입은 미국 지정한 테러국가 리스트에서의 제외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페쇄국가이며 테러국의 오명을 쓰고 있는 북한이 국제사회에 나올 때 남북관계의 근간도 변하게 된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이끌여 온 상호관계가 경제적 이해변수에 따라 규정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금융의 할 일도 많아진다. ◇남북 금융교류 현주소 =그러나 금융교류의 현주소는 시발점 저 멀리에 있다. 우리 금융기관이 북한과 공식 접촉한 적 한번 없다. 외환은행 신포사무소를 지난 97년말 설치, 직원 3명을 보내 운영하고 있을 뿐이다. 이마저 한국금융기관의 자격이 아니라 북한에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는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라는 국제적 특별지위를 지원하기 위해 파견되어 있을 뿐이다. 외환은행은 당초 본공사 본격화 일정이 잡혀 있던 지난해말 지점 승격을 예상했으나 언제나 가능할 지 모르는 상황이다. ◇꿈틀거리는 남북 합작은행 =그래도 여명은 트고 있다. 국제협력에 의한 남북합작은행의 설립이 꿈틀거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측 금융기관과 외국 은행, 북한이 함께 은행을 설립하는 구도다. 이같은 구도가 구상됐던 것은 지난해 봄부터. 통일부 관계자는 『2개 시중은행이 지난해 합작은행 설립을 위해 북한측과 북경에서 만날 계획이라며 접촉승인을 요청해 왔었다』고 밝혔다. 당시 이들 은행들은 외국금융기관을 통해 북한측도 남북합작은행 설립에 과거보다 전향적인 자세를 가지고 있는 것을 판단했다. 그러나 이는 구상으로 머문채 사장되고 말았다. 두 은행중 하나는 퇴출됐고 하나는 금융권구조조정 과정에서 조건부승인은행으로 낙인찍혀 외부로 돌렸던 눈을 거둬들여기 때문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당시에는 합작은행 설립이 의외로 쉽게 풀린다고 생각했었다』며 『그러나 변화가 심한 북한의 태도와 우리쪽(은행들)의 내부 사정으로 진전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해당은행은 이를 공식 확인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았다. 특히 새해에는 지난해보다 경영여건이 나아져 자신있게 일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구도는 북한에 이미 진출한 ING동북아시아은행에 우리 금융기관이 참여, 규모를 확대한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ING측은 이에 대해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고 있다. 다만 북한과의 합작은행이 당초 기대했던 것보다 경영성과가 안좋아 어떤 형태든 다른 방향은 모색할 수 있다는 입장은 밝혔다. 통일부와 국민회의도 남북한 합작은행 설립을 추진중이다. 합작은행이 설립된다면 이 은행에 대한 최대관심사는 지난 92년 발효된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에 명시된대로 청산거래를 맡게 될 수 있을지 여부. 청산거래는 직거래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청산거래란 실제 반입·반출에 현금결제를 미뤘다가 나중에 한꺼번에 셈하는 것. 직거래가 이루지면 남북교류의 금액과 물동량 증가는 말할 나위도 없다. 새해 벽두, 금융협력을 통한 남북경협의 본격 궤도 진입이 기대되고 있다. 【권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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