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부도율 6개월째 고공행진 “위험수위”

◎“불도망령 경제기반마저 위협”/기업규모·업종 상관없이 무차별 “엄습”/시중금리 안정속 급증… 자금흐름 왜곡부도사태가 심상치않다.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다시 30대그룹까지 확산되고 이제는 10대그룹까지 확대됐다. 국내재계서열 5위이하의 기업은 모조리 부도공포에 떨고 있다. 기업의 규모나 업종의 종류에 상관없이 부도의망령이 찾아들고 있다. 구조조정의 명분하에 너무 많은 기업들이 쓰러지고 있는 실정이다. 올들어 단 한차례도 전국 어음부도율이 0.20%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있으며 지난 6개월동안의 부도업체수는 7천2백33개, 부도금액은 10조1천8백억원에 달했다. 부도금액만 놓고보면 불과 6개월동안 지난해 전체의 12조5천억원에 근접했고 부도업체수도 지난해의 1만1천6백개와 비교하면 63%수준에 이른다. 이런 추세가 하반기에도 그대로 이어진다면 부도업체수는 1만4천5백개에 달할 것이고 부도금액은 20조원을 훌쩍 넘어서게 된다. 부도와 관련된 모든 부문에서 사상최고, 사상최대 기록을 갈아치울게 분명하다. 특히 문민정부 출범직후와 상황을 비교하면 그동안 우리경제가 얼마나 피폐해졌는지 확인할 수 있다. 93년 평균 부도율은 0.12%, 부도업체수는 9천5백2개였다. 이후 부도율은 94년 0.16%, 95년 0.17%, 96년 0.14%를 기록했고 올들어 6개월 평균 부도율은 0.23%로 폭등했다. 당연히 부도업체수도 급증, 지난 4년6개월동안 부도로 쓰러진 기업이 5만3천5백71개에 달했다. 문민정부가 출범당시 약속했던 「기업하기 좋은 나라」는 커녕 하루하루를 부도공포속에서 연명해야하는 나라였던 셈이다. 부도율이 해마다 높아지기는 했으나 올들어 유난히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이유는 역시 대기업의 잇단 침몰과 그에 따른 자금흐름의 왜곡에서 찾을 수 있다. 올들어 경제 전체의 자금사정을 알려주는 금리지표들이 안정세를 유지했지만 대부분 기업들은 이런 혜택을 누지리 못한 채 극심한 자금난을 겪었다. 지난 1월의 한보를 필두로 삼미, 진로, 대농, 삼립식품, 한신공영 등 대기업이 잇따라 부도 또는 부도유예협약으로 무너지면서 금융기관들이 기업대출을 철저히 기피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협력업체들의 연쇄부도가 이어졌다. 반면 금융기관들이 대출을 기피하면서 남아돌게 된 자금을 운용하기 위해 자금시장으로 몰리면서 장단기금리는 이례적인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기아그룹이 부도유예협약 대상으로 지정된 이달에도 대표적 실세금리인 회사채수익률이나 CD(양도성예금증서) 수익률, 콜금리 등은 일시적으로 동요했지만 곧 연11∼12%대로 되돌아갔다. 이미 지나간 상반기 6개월동안 언제 부도가 날 지 모른 채 버티기로 일관해온 기업들을 더 우울하게 만드는 건 앞으로의 상황도 나아질 기미가 없다는 사실이다. 기아사태가 우리 경제계에 미치는 파장은 앞서의 한보나 삼미, 진로 등에 비해 월등히 크고 넓은게 사실이다. 기아그룹 자체의 규모가 이전 어느 부도기업보다 큰데다 국가기간산업이라는 특성상 유무형으로 연관된 중소기업이 엄청나게 많아 앞으로 기아사태가 원만히 해결되지 않을 경우 부도사태를 피할 길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부동의 사상최고 부도율로 남아있는 82년5월 이철희 장령자사건 당시의 0.32%를 경신할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나타나는 불가피한 현상으로 치부해버리기엔 상황이 너무 나쁘다는 지적이 많다. 경제의 존립기반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손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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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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