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가격 하락 등에 따른 비용절감으로 영업이익은 증가했지만 순이익은 소폭 감소했다. 매출 감소로 질적인 실적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대형주 중심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부진에 비해 코스닥 상장사들은 외형과 이익이 모두 개선되는 흐름을 보였다.
18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연결재무제표를 제출한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법인 579개사 중 금융사 등을 제외한 506개사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823조4,535억원으로 작년 동기에 견줘 4.7%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7.3% 증가했지만 순이익은 1.4% 감소했다.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6.36%로 작년 상반기의 5.65%보다 0.71%포인트 개선됐다. 매출액 순이익률은 4.60%로 0.15%포인트 상승했다.
올해 상반기 부진한 실적을 올린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수익성 개선 폭이 다소 커졌다. 삼성전자를 제외하고 집계한 결과,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작년 상반기보다 각각 19.2%, 11.8% 증가했다.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5.4%로 작년 상반기보다 1.0%포인트 개선됐다. 순이익률도 3.8%로 작년 상반기보다 0.5%포인트 상승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를 제외해도 매출액은 작년 상반기보다 4.0%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익이 늘어난 것은 유가 하락 등으로 인한 비용 감소의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매출 감소로 비용 감소 효과가 반감돼 질적으로는 좋지 못한 형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매출이 감소한 것을 보면 비용 감소가 영업 활성화로 이어지진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비용 절감을 통해 이익 증가, 매출 증가로 이어져야 제대로 궤도를 탄 것이지만 선순환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전반적으로 기업의 영업환경이나 수출환경이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중국 경기 둔화와 내수 회복 지연이 주요 원인으로, 구조조정과 원자재가격 하락 등으로 이익은 나고 있지만 매출이 뒷걸음질치며 실적이 제자리걸음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스닥 상장사들은 외형과 수익성이 동시에 개선됐다. 연결재무제표를 제출한 코스닥시장 상장기업 698곳 중 분석대상 648개사의 상반기 매출액은 60조9,0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5.28% 증가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4.69%, 16.00% 증가했다.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5.26%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0.03%포인트 하락했고, 매출액 순이익률은 3.62%로 0.33%포인트 상승했다.
업종별로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금융사들의 실적이 크게 개선된 반면 건설과 운수·창고 등의 업종은 부진했다. 별도재무제표 기준으로 금융업 48개사 중 7곳을 제외한 분석대상 41곳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36.3%, 42.2% 증가했다. 특히 거래대금 증가 등에 힘입어 증권업은 영업이익이 314.9%, 당기순이익이 480.4% 급증했다.
금융업 외에는 전기가스, 의료정밀 업종의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전기가스는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작년 동기 대비 1,912.67% 증가했고, 의료정밀은 215.77% 늘었다. 통신과 기계 업종은 흑자로 전환했다. 그 외 화학(61.64%), 의약품(13.37%), 서비스업(6.98%), 철강금속(6.23%) 등의 업종 순이익이 증가했다.
반면에 운수·창고와 건설업종은 적자로 전환했다. 또한 종이·목재(73.72%), 섬유·의복(68.56%), 운수장비(67.75%), 비금속광물(48.71%), 전기전자(13.61%), 음식료품(2.20%), 유통(0.05%) 등은 순익이 감소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건설, 금융, 제조 업종의 매출액과 이익이 모두 증가했다. 기타서비스, 오락·문화, 유통서비스 업종은 매출액이 감소했으나 이익은 증가했다. 정보통신(IT)과 전기·가스·수도 업종은 매출과 이익이 모두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매출 감소 추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하반기 실적 개선도 불투명하다고 전망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유가가 많이 하락하면서 비용 절감으로 이익은 확보됐지만 앞으로 세계적인 과잉 생산과 공급 경쟁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수요가 얼마나 빠르게 회복이 되는지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주력 제조업체 등의 제품은 중국의 추격을 받으면서 경쟁이 심화된 상태에서 비용 절감 등 허리띠를 졸라매는 방식으로 이익을 내고 있다”며 “그러나 성장 없는 이익 창출은 지속 가능하지 않으므로 구조적인 경쟁력 제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